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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 타자만을 상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임팩트는 컸다. SK '믿을맨' 박희수의 이야기다.
SK는 11일 KIA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결승타를 쳐낸 안치용이 일등공신이었지만 박희수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꼭 필요한 순간에 흐름을 차단하며 KIA의 추격을 막아냈다. 세 타자를 상대해 피안타 1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삼진 2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2-0으로 앞선 6회말. 1사 1루서 고든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그는 나지완과 이범호를 차례로 삼진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모두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다. 두 선수 모두 볼넷이 될 수 있는 유인구로 잡아냈다. 어지간한 배짱과 기술이 아니면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승부였다. 포스트시즌이 첫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노련한 피칭이었다.
박희수 본인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한건데 볼이 된 거에요"라며 웃었지만 그의 진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피칭이었다.
사실은 부담이 많은 상황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모두 출장 중이지만 이기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과까지 좋았기에 짜릿함도 배가 됐다. 평소 포커페이스이던 그는 이범호를 삼진처리 한 뒤 박수까지 치며 펄쩍 뛰었다.
"오늘은 주자도 있고, 이기고 있던 상황이라 가장 부담이 됐던 경기였다. 특히 KIA 중심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2개나 잡아냈다는 것이 정말 짜릿했다. 그래서 오늘 제스처도 올해 중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 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포스트시즌 떨림? 그에게만은 예외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박희수는 올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엔트리 진입을 넘어 팀 승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팀 우승을 향해 그는 다시 한 번 스파이크끈을 단단히 조여맨다.
"내일까지 3연승해서 꼭 시리즈를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 5차전까지 가지 않도록. 우승이 목표다. 언제든지 중간으로 나가도 상관없다. 나는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만 해주면 된다" 는 각오를 다졌다.
쟁쟁한 좌완 불펜 요원들이 많은 SK에서 그는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벤치의 신뢰는 여전히 높다. 그래서 박희수의 야구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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