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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기대를 받고 있던 TV프로그램, 영화가 공개된 후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출연진, 제작규모, 내용 등에서 이미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용이 기대에 못미쳐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세간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공개 전에 별다른 기대를 모으지 못했는데 인기를 끌었다면?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를 낸 만큼 파란, 이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TV프로그램, 영화가 진정한 파워 콘텐츠로 꼽힐 만하다.
2009년에는 유독 그런 파워 콘텐츠가 풍성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와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케이블채널 tvN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 영화 ‘워낭소리’ 등이다.
◇ '과연 될까?' 의심 불식시킨 '세바퀴'·'지붕뚫고 하이킥'
‘세바퀴’는 선우용여, 임예진, 이경실 등 아줌마들이 고정 출연하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부르짖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정적인 ‘세바퀴’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세바퀴’는 당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방송되다 지난 4월4일부터 토요일 밤 시간대로 자리를 옮기며 독립했다. 그러자 ‘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 됐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시청률 경쟁에서 애를 먹던 ‘세바퀴’는 자리이동 후 같은 채널 ‘무한도전’과 토요일 예능 시청률 1위를 다툴 정도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가뜩이나 거침없는 아줌마들의 입담이 넘쳤던 ‘세바퀴’가 더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에 적합한 자리로 이동을 한 것이다. ‘세바퀴’는 이후 편성변경 등으로 방송시간이 1시간여 조절되기도 했지만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출발했다.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의 속편 격으로 국내에서 속편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고 시트콤의 인기도 예전만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트콤의 명인 김병욱 PD는 ‘지붕뚫고 하이킥’을 ‘거침없이 하이킥’에 이어 또 다시 20%가 넘는 시청률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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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남자'·'찬란한 유산' 스타가 없다고? 만들면 되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찬란한 유산’의 인기도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꽃보다 남자’는 F4라 불리는 재벌 2세 꽃미남 4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고등학교에 평범한 집안의 여학생이 다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일본 원작 만화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대만과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만큼 비교가 불가피해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꽃보다 남자’는 여자 주인공 금잔디 역의 구혜선을 제외하면 이민호, 김현중, 김준 등 F4 멤버들은 당시만 해도 연기자로서는 낯설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겨울방학 시즌에 방송되면서 청소년들과 원작만화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고 주요 출연진 모두를 스타로 도약시켰다. 특히 남자 주인공 구준표 역을 맡았던 이민호는 차세대 한류를 이끌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찬란한 유산’은 식품회사를 배경으로 창업주의 손자 선우환을 비롯한 네 남녀의 사랑, 회사 후계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 등을 담았다. 어찌 보면 흔하고 뻔한 내용일 수 있는 드라마. 더구나 주연은 선우환 역의 이승기와 한효주, 문채원, 배수빈으로 당시만 해도 약해보였다.
그러나 연말에 와서 ‘찬란한 유산’의 주연배우들의 입지는 한층 확고해졌다. 그만큼 ‘찬란한 유산’에서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효주는 ‘허준’, ‘대장금’, ‘이산’의 이병훈 PD가 연출을 맡아 내년 방송될 MBC 사극 ‘동이’에 타이틀롤로 낙점됐으며 배수빈은 SBS ‘천사의 유혹’ 주인공에 이어 영화 ‘비상’과 ‘걸프렌즈’에서 잇단 변신으로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승기는 올해 연기, 예능, 가수활동까지 전 분야에서 고른 활약을 보였고 문채원도 KBS 2TV ‘아가씨를 부탁해’로 활동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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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낭소리'·'남녀탐구생활' 비주류? 이변의 주인공
정형돈과 정가은을 내세운 ‘남녀탐구생활’은 같은 상황에서 남녀의 심리와 행태를 비교, 설명하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무미건조할 정도로 높낮이에 변화가 없이 ‘해요’체로 끝나는 성우 서혜정의 내레이션도 이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했다.
덕분에 주로 케이블채널에서 활동하던 정가은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우리 아버지’ 코너에 MC로 투입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워낭소리’의 흥행은 2009년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워낭소리’는 30년을 함께 한 늙은 소와 시골 노부부의 우정을 담백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기존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흥행 최고기록은 ‘비상’의 3만9072명, 국내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서는 극장상영과 공동체 상영을 합쳐 10만 명가량을 동원한 ‘우리학교’가 최고였다.
그러나 ‘워낭소리’는 웬만한 상업영화도 부러워할 만한 293만6648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다. 뿐만 아니라 ‘워낭소리’는 개봉 6주차였던 2월20일부터 22일까지 주말박스오피스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숱한 기록을 갈아엎었다. 개봉 6주차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전무한 일이었고 독립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워낭소리’는 한국 영화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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