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듣다보면 시나브로 젖어들어요.”
만약 그녀의 노래를 어떻게 듣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이런 대답이 어울릴 것이다.
여자 가수로는 조금 특이한 예명인 블럭(Block)은 3월 데뷔 앨범을 발표한 새내기다. 블럭의 노래는 한 번 듣고 “와~ 죽인다”라고 탄성을 지르거나 아니면 벨소리나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고 인터넷을 뒤지게 만드는 음악은 아니다.
그보다는 처음 들었을 때 “어, 느낌 괜찮은데...”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어 한 번 두 번 반복해 들으면서 차츰 음악이 지닌 깊은 풍미에 중독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런 노래다.
음반시장이 침체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매 달 적지 않은 수의 신인들이 스타의 꿈을 안고 등장하는 요즘, 그녀는 음악 관계자들이 올 해 가요계에서 거둔 수확으로 꼽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의 노래를 접한 음악 팬들 사이에서도 차츰 차츰, 그러나 확실하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 패션 디자이너 꿈꾸던 싱어송라이터...4년간의 준비 끝에 나온 음반
블럭의 본명은 안세진.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녀의 미래가 가수로 바뀐 것은 4년 전부터다.
블럭이란 예명은 음반을 준비하던 초기 남달리 고집이 세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는 그녀를 보고 소속사 대표가 지었다.
“여가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너무 여성스런 이미지를 강조하기 보다 밴드로 활동하던 음악적 이력을 나타내려고 하다 보니 좀 특이한 이름이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앨범에 담을 노래를 준비한 것은 2003년부터. 녹음에 들어간 것은 2년 전부터이다. 빠르게는 3개월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하기도 하는 다른 가수들과 비교하면 꽤 늦은 행보다.
“음악적 방향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밴드와 함께 데뷔하려고 했다가 계획이 달라졌고, 이후 내 스타일을 딱 부러지게 규정지을 음악의 색깔을 찾는 것이 의외로 힘들더군요.”
이 기간 동안 그녀와 함께 소속사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요즘 최고의 줏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비와 배우 한효주다. 함께 땀 흘리며 연습하던 친구들이 먼저 앨범을 발표하고 주연을 맡아 주목을 받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 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블럭의 데뷔 앨범 ‘인 마이 마인드’(In My Mind)다.
◇ "내 음악 반 밖에 데뷔 앨범에 담지 못해...", 음악적 욕심많은 기대주
데뷔 앨범 ‘인 마이 마인드’를 들어보면 그녀의 음악 장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박기영을 연상시키는 담백한 포크 록 풍의 노래가 있는가 싶으면, 컨트리 음악 스타일의 발라드, 록비트의 힘이 느껴지는 음악까지 다채롭다.
특히 앨범 후반부 록비트의 음악은 그녀가 작곡한 노래들이다. 그런데 정작 블럭은 자작곡이 원래 음악적 취향과는 다른 노래라고 설명했다.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은 잔잔하게 읇조리는 시부야케나 보사노바 같은 음악들인데, 데뷔 앨범에서 프로듀서의 요청으로 다양한 곡을 만들다 보니 그런 노래들이 담겼어요."
실제로 그녀가 자신의 음악적 방향과 비슷해서 좋아한다는 비요크, 라디오헤드, 데미안 라이스, 이상은, 롤러코스터, 이적 등의 이름을 들어보면 어떤 색깔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블럭은 이번 데뷔 앨범에 대해 "내가 추구하는 음악의 절반 밖에 담지 못했다"고 꽤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블럭은 최근 타이틀곡 '문 리버'에 이어 '사랑이 필요해'로 후속곡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제 데뷔 앨범을 발표한 신인에게 앞으로의 음악적 성취를 미리 예견하는 것이 너무 성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위 장사가 되는 한 두 장르의 음악에 확 쏠리는 요즘 가요계에서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그녀의 행보는 분명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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