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안판석PD의 자기복제 혹은 MBC의 오판

  • 등록 2019-05-30 오전 10:30:35

    수정 2019-05-30 오전 10:30:35

‘봄밤’ 포스터(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6.1% 시청률. 성공이라 말하기도, 실패로 부르기도 애매하다. 지난 22일 첫 방송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봄밤’(극본 김은·연출 안판석)이다.

‘봄밤’은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 정인(한지민 분)과 아이가 있는 남자 지호(정해인 분)의 로맨스를 담는다. 약국을 찾은 손님과 약사로 만난 두 사람은 우연을 거듭하다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다른 이야기에도 ‘밥누나’ 기시감

‘봄밤’은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누나’) 제작진과 정해인의 재회로 기획 단계서부터 화제작이었다.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했다. 둘 다 멜로 장르인 데다 주조연 배우가 대다수 겹쳐 신선한 느낌을 주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였다. 안판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전작과 차별점을 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이야기’가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토리 본연에 집중했다”며 에둘러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봄밤’은 미덕이 많은 작품이었다. 두 남녀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해 현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도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전작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발목을 잡았다. 정해인 외에도 김창완, 길해연, 오만석, 서정연, 주민경 등 ‘밥누나’ 속 주변인물들이 역할만 바꿔 그대로 등장했다. 안판석 감독 작품에서 자주 출연하는 ‘안판석 사단’은 전부터 존재했지만 동일한 장르인 탓에 유독 돋보인다는 반응이다. 두 남녀의 ‘썸’ 외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남자친구인 기석(김준한 분)과 헤어지지 않은 채 지호에 대한 감정을 저울질 하는 정인에게 몰입하기 힘들다는 일부 반응도 있었다.

◇오후 9시 시간대 변경, 의미 있나

‘봄밤’은 MBC가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시간대를 변경한 첫 드라마다. “케이블채널과 종편에 떠밀린 모양새”로 해석되자 MBC는 “노동 시간이 단축되면서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여가 시간이 길어진 시청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 결과는 다소 아쉽다. 3,9%, 6.0% 시청률로 출발한 ‘봄밤’은 3.6%(3회), 5.6%(4회), 4.0%(5회), 6.1%(6회)로 시청률 추이를 그리고 있다.

SBS는 지난 2월 첫 방송한 ‘열혈사제’를 시작으로 금토 시간대를 신설했다.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열혈사제’는 입소문을 타고 6회 만에 15% 시청률을 넘어섰다. 최종회는 자체 최고인 22.0% 시청률로 집계돼 유종의 미를 거뒀다. ‘봄밤’의 미지근한 성적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원래 드라마가 편성됐던 오후 10시 시간대에 새롭게 편성된 시사·교양이 선전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경쟁작이 줄어든 KBS2 ‘단 하나의 사랑’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봄밤’과 같은 날 첫 방송한 ‘단 하나의 사랑’은 8~9%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단정 짓기에 ‘봄밤’은 해야 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시간대 변경도 겨우 2주가 지났다. 다만 순탄치 않은 출발이며, 풀어가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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