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결이 다른 휴머니즘..'신파 DNA'는 없다

  • 등록 2014-09-04 오전 8:59:50

    수정 2014-09-04 오전 8:59:50

‘두근두근 내 인생’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 왠지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했다.”

배우 강동원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개봉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 선생님께 자신이 출연한 ‘두근두근 내 인생’을 꼭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의외의 반응을 들었다. 미안하지만 난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이유는 영화가 그의 현실과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너무 슬플까봐, 너무 울게 될까봐 영화를 보기가 두려웠다는 의미였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동명의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알려진 내용처럼 아들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이야기이자, 부모를 떠나보내는 아들의 이야기다. 빨리 늙는 병에 걸려 16세에 80세의 삶을 사는 ‘어른 아이’ 한아름(조성목 분)의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모습은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가슴을 저미게 할 존재다. 그 존재를 물고 빨고 끌어안다가 결국엔 이별을 준비하는 ‘어린 부모’ 대수(강동원 분)와 미라(송혜교 분)를 보는 것 또한 슬픔 그 자체로 느껴질 수 있다.

강동원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눈물을 강요하지도, 슬픔을 깔고 있지 않다. 무거움 안에 행복이 있고, 슬픈 현실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가족이란 분명한 존재가 있다. 매신 ‘피식’하고 새어나오는 웃음 포인트는 덤이다. 여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강동원과 송혜교의 호흡, 참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강동원의 캐릭터, 이런 모습도 있었나 싶을 만큼 변신을 시도한 송혜교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든 열연은 의외의 수확이다. ‘이 가족의 삶엔 너무나도 이른 끝이 정해져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관객 스스로 사로잡혀 있지 않다면, 영화 자체가 그렇게 무겁고, 진지하고, 가슴 답답한 ‘신파’로 끌고 가진 않는다.

걸그룹이 좋아 TV를 보며 침을 흘리고 “예쁜 여자가 최고야”라고 말하는 대수의 천진난만함은 아들의 수술비, 남겨질 가족을 위한 생계비를 위해 걸그룹 경호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 대수의 책임감 넘치는 모습과 대비돼 잔잔한 감동을 준다. “네가 최고다”라고 말하며 기죽은 아들에게 세상 무엇보다 큰 힘이 돼주는 미라의 책임감은 한때 유산을 바라며 수십 바퀴를 전력질수했던 엄마의 자책감과 대비돼 짠한 여운을 남긴다. 보이지 않아도 아빠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아는 아름이의 대견함은 처음 관계를 쌓게 된 이성과의 편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순진함과 어우러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원작을 보지 않은 이들에겐 또 한편의 웰메이드 휴머니즘으로 남을 영화다. 책을 읽은 관객들에게는 글귀가 대사로, 묘사가 연기로 재현된 색다른 감동을 안을 수 있다. 여러모로 기쁜 소식 보다 답답한 이야기가 잦은 요즘이라 우울한 것은, 슬픈 것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도 ‘두근두근 내 인생’은 외면하기 아까운 작품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3일 개봉됐다. 영화 ‘타짜-신의 손’과 ‘루시’와 나란히 관객을 맞아 박스오피스 3위로 누적관객수 11만명을 돌파했다.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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