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을 좀 붙이자면 그날 도쿄돔 인근은 아침 일찍부터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1회 대회에서 한국에 혼쭐이 난 바 있는 일본 야구. 애써 외면해 보려 했지만 2008 베이징 올림픽서 두 번을 내리 패하며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만 봐야 했던 뒤론, 확실히 한국 야구를 보는 눈을 달리해야 했다.
일본 방송은 대회 시작 전부터 연일 한국과 대결에 대한 소식으로 넘쳐났다. 포맷을 이리저리 달리 한 프로그램이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한국 야구 두렵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들의 호들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여전히 편견이 남아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만 두렵다고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기사도 썼던 기억이 있다.
아베는 이승엽의 절친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선수였다. TV로만 보단 일본 대표팀의 빅 스타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였다.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해 정작 고개를 숙이는 장면을 찍지는 못했지만... 아베는 훈련 전 캐치볼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으며 연신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넸다. 상대는 불특정한 한국 선수들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한국 선수들이 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 인사를 했다.
그의 행동에선 누가 더 낫고 못하고의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강한 상대에 대한 인정. 그리고 그런 상대와 최고의 힘을 겨뤄보고 싶다는 진정한 투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그의 작은 행동 하나는 진한 울림을 남겼다. 좋은 승부의 출발점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부터라는 걸 그의 인사를 통해 또 한 번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베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화장실에서 한국 대표팀 에이스 김광현을 만난 적이 있다. 역시 TV를 통해 아베를 자주 접했던 김광현은 그에게 일본말로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일본 팀 라커룸으로 돌아간 아베는 동료에게 “나 지금 김광현 봤는데, 나한테 일본어로 인사해줬다”고 연신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오는 8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 요미우리 선수로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른 무릎 부상으로 일본 시리즈 4,5차전을 결장해야 했지만 6차전서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아베.
그가 쉬겠다고 했다면 당연히 대회 참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일본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다. 때문에 모두 아베의 참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베는 “아시아시리즈에 나가서 더 나빠진다 해도 상관없다. 그것 또한 내 운명”이라며 선수단과 함께 하기로 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어차피 듣게 되지 못할 테지만... “친절한 아베씨의 한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