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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슈퍼주니어 라디오 천국'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지상파 라디오 방송 3사 라디오는 슈퍼주니어 세상이다. 오후 8시와 10시 희철이 SBS '김희철의 영스트리트'를 시작하면, 이특·은혁은 바통을 이어받아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 KBS 2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로 청취자들과 속삭인다. 마지막 주자는 신동이다. 세상이 침묵을 머금은 자정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그는 MBC 표준 FM '신동·김신영의 심심타파'로 지친 하루를 활기차게(?) 마감한다.
의미 있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이특·은혁은 지금까지 3년8개월 여간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이돌 DJ 중 최장 진행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2010 KBS 봄 라디오 개편에도 살아남았으니 두 사람의 신기록 행진은 진행형인 셈이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아이돌그룹답지 않게 '올드(old) 매체'로 분류되는 라디오와의 끈을 놓지 않는 슈퍼주니어. 다른 아이돌 그룹이 '가지 않은 길'을 간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라디오 철학과 지난 2005년 데뷔 후 시작했던 라디오와의 동고동락 후일담 등을 들어봤다.
-라디오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특: TV 같은 경우 멍하니 보고 웃고 즐기는 경향이 있어 '바보상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라디오는 DJ의 말 혹은 청취자의 말에 자기 생각을 대입도 시켜보는 등 TV보다 청취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큰 것 같다. 라디오는 또 TV보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넓다. TV의 경우는 전달만 한다면 라디오는 좀 더 소통의 느낌이 강하다.
▲신동: 비슷한데 라디오는 TV보다 진행자와 청취자 간의 호흡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반응이 너무 빨리 와 좋기도 하고. DJ를 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은 것 같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다른 아이돌 멤버보다 DJ로 주목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특: 멤버들 대부분이 버라이어티로 시작해 재미있고 말 잘하는 이미지가 갖춰져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끼 있는 멤버들도 많은 것 같아 방송사에서 선호하는 것 같고.
-하지만 아이돌 출신 DJ에 대한 편견도 만만치 않다. 경험이 적다 보니 청취자 사연도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답안지 읽듯 소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적 있나? 있다면 어떻게 노력해 극복했나?
▲이특: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아무래도 사회적인 경험이 적어 고민 상담할 때 그런 지적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책 같은 것도 많이 읽고 검색해서 많이 보기도 하고 고쳐 나가려고 많이 애를 쓴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구나'란 것을 느끼고 고쳐나가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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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키스 더 라디오'는 아이돌 멤버가 진행한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비결은?
▲이특: 아마 둘이 같이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령 은혁이가 신종플루 걸리면 내가 좀 더 힘쓰고, 내가 허리 아파서 잠깐 쉬면 은혁이가 받쳐주고.
-라디오 진행은 적어도 일주일에 주 5일이 생방송이다. 또 네 멤버가 각자 진행하는 시간대는 오후 8시에서 자정까지로 젊은 나이 한창 즐길 시간인데 하기 싫을 때도 있을 법 하다.
▲신동: 솔직히 라디오 하면서 친구들하고도 좀 멀어진 것 같다. 그래도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솔직히 새벽 두 시에 끝나면 다들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라 애매한데 다른 친구들은 자정까지해서 그래도 괜찮은 것 같다. 가끔 라디오 하는 곳으로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고.(웃음)
▲이특: 대니 형을 비롯해 선배님들이 라디오 DJ는 2년이 고비라고 했는데 정말 2년 차가 됐을 때 그만두고 싶었다. 너무 힘들기도 했고 매일 나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했다. 버라이어티 방송이 있으면 새벽까지 녹화가 이어질 때도 있는데 라디오 하면 제약을 받는 것도 사실이고. 라디오가 짐이 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3년이 넘어가니 놀이터 같은 기분이다.
▲희철: 혼자 진행을 하면 몸살·감기로 아플 때 힘든 면이 있다. 당장 기침이 날 경우 그 소리가 청취자에게는 굉장히 거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침하고 '죄송합니다'라고 하기도 그렇다. 3초만 말 안 해도 라디오는 방송 사곤데 생리적인 문제로 고생할 때가 더러 있다. 그래서 기침이 나오려고 할 때 '웃으면서 기침 살짝 하고 넘길까' 이런 것들까지 신경 쓰면서 하니 고충도 많다. 그런데 사연이 슬프면 웃으면서 기침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라디오는 더블 DJ가 대세다. 희철의 경우 혼자 진행하고 있는데 같이하고 싶은 연예인이 있나?
▲희철: 트랙스 멤버 제이다. 친한 것도 있지만 내 경우는 정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나를 누가 좀 잡아줄 필요가 있다. 내가 기가 좀 세 남의 말은 잘 안 듣지만 제이와 슈퍼주니어 동해 같은 경우는 나를 콘트롤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소녀시대 제시카도 있다.
-라디오 진행할 때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신동: 김신영 누나가 하차한 요즘이 가장 힘들다. 처음에는 캐릭터도 겹치고 코드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방송을 하다 보니 정말 잘 맞았다. 내 실수도 잘 받아주고. 호흡이 아주 잘 맞아서 그런지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하는 게 조금 걱정도 된다. (아직 김신영 후임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은혁: 연예인은 자기 개발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매일 라디오 방송하면서 시간이 부족한 것을 느낄 때 힘들다. 가령 요즘 슈퍼주니어 음반 준비하고 있는 데 매일 라디오가 있으니 춤 안무 하고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안타까울 때도 있다.
-희철의 경우 같은 시간대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이 같은 소속사 후배인 소녀시대 태연이 진행하는 '친한친구'다. 부담되거나 신경쓰이지 않나?
▲희철: 그런 거 전혀 없다.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지만, 예전부터 저는 방송이나 연기를 하면서 라이벌 같은 것에 신경을 안 썼다. 그냥 나 스스로 자유롭고 재미있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기 때문이다. 자꾸 다른 사람 신경 쓰면 내가 '말리는' 경우도 생기고. 내가 열심히 하면 노력한 만큼 얻는 거고 아니면 제 살 깎아 먹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남보단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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