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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이 연일 4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탄탄한 구성, 고현정과 이요원 등 배우들의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연기, PD의 연출력을 기반으로 한 완성도 등이 꼽힌다.
여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캐스팅 디렉터를 맡은 문형욱씨의 역할도 컸다. 문형욱씨는 2년 전 기획 단계부터 이 드라마에 참여해 고현정을 비롯한 전 출연진의 캐스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타이틀롤이 이요원으로 결정되기까지 연출자인 박홍균 PD와 많은 배우들을 만나며 협의를 했던 것도 문형욱씨였다.
문형욱씨는 또 ‘선덕여왕’에 앞서 ‘이산’, ‘주몽’에서 역시 캐스팅 디렉터를 맡았다. MBC 사극의 잇단 성공에 문형욱씨가 함께 한 것이다.
‘캐스팅 디렉터’는 아직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용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이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는 갈수록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는 게 문형욱씨의 설명이다.
문형욱씨는 “과거에는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이 드라마 PD, 영화 감독들에게 조, 단역에 적합한 배우들을 추천하는 정도였다. 그것도 결정권은 PD, 감독들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캐스팅 디렉터가 주인공을 맡을 배우들까지 PD, 감독과 협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배우와 PD, 감독이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고리는 점차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캐스팅은 배역과의 적합성보다 이름값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미스캐스팅은 드라마의 시청률 하락을 초래하기도 했다.
캐스팅 디렉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그래서다. 자신의 이권 없이 PD, 감독과 제작자, 배우, 매니지먼트를 연결해주는 게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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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보다 잘 어울리고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고 PD, 감독, 제작자에게는 역할에 합당한 배우를 연결해주는 게 캐스팅 디렉터다. 매니지먼트사도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율을 해야 한다.
여기에 문형욱씨는 배우와 방송사, 제작사 간 계약서의 세부 조항까지 모두 조율하는 국내 최초의 캐스팅 디렉터다.
문형욱씨가 캐스팅 디렉터를 하게 된 데는 현재 SBS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스타일’ 연출을 맡고 있는 오종록 PD의 조언이 있었다. SBS를 사직할 당시 오종록 PD가 ‘작품을 보는 눈이 좋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잘 조율하니 국내에서 캐스팅 디렉터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라’고 권유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형욱씨는 이후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가 연출했던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부터 캐스팅 디렉터를 맡았다. 김병욱 PD, 작가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방송 6개월 전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캐스팅, 개런티 조율 등을 했고 이 시트콤이 종영을 할 때까지 급여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주몽’, ‘이산’, ‘선덕여왕’을 거쳐 이병훈 PD가 준비 중인 ‘동이’의 캐스팅 디렉터까지 맡고 있다. 이제는 PD들이 알아서 문형욱씨를 찾아줄 정도다.
문형욱씨는 “드라마 제작에서 캐스팅 디렉터라는 내 역할 때문에 ‘뒷돈’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절대 받지 않는다. 끊임없이 배우를 만나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지만 밥, 차도 거의 내가 산다. 그래야 제대로 캐스팅을 할 수 있고 배우에게 캐스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라는 조언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형욱씨는 캐스팅 디렉터라는 업무를 반드시 한 작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작품과 맞지 않지만 다른 작품에서 어울리는 역할을 찾아 연결해주는 컨설팅, 에이전트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캐스팅 디렉터의 업무가 어디까지 넓혀질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