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조용필, '킬리만자로'로 공연의 '히스토리'를 새로 쓰다

  • 등록 2008-12-28 오전 3:54:48

    수정 2008-12-28 오전 9:21:34

▲ 가수 조용필이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더 히스토리-킬리만자로' 서울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사진 제공=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는 더 이상 조용필만의 노래가 아니었다. 무대 스크린에서 ‘친구여’의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흐르자 1만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국민가요’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케 해주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조용필은 2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40주년 기념 콘서트 ‘더 히스토리-킬리만자로’의 서울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 한마디로 ‘가왕’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훌륭한 무대였다. 내후년이면 이순을 바라보는 그지만 파워풀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는 노쇠함 없이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30여 곡이 넘는 곡을 소화했던 조용필의 식을 줄 모르는 음악혼은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와 어우러져 공연을 더욱 빛냈다.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것은 단연 조용필의 히트곡 퍼레이드였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18장의 정규 앨범에 알알이 박힌 히트곡들을 연이어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꿈’, ‘못 찾겠다 꾀꼬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단발머리’, ‘서울 서울 서울’, ‘바람의 노래’, ‘마도요’, ‘큐’, ‘모나리자’, ‘고추잠자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의 주옥 같은 노래들이 조용필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조용필은 이와 같은 관객들의 환호에 “감사하다. 여러분과 같이 노래를 하니 힘이 하나도 안 든다”며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조용필은 공연 중반 히트곡 메들리를 부르기 전, 노래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편안하게 공연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창밖의 여자’를 부르기 전 조용필은 “제 곡은 남자 입장에서 부르는 노래가 많다”고 눙을 치기도 했으며, ‘허공’을 소개할 때는 “노래방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라며 농담을 건네 관객들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 가수 조용필이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더 히스토리-킬리만자로' 서울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사진 제공=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

화려한 무대 연출도 이날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공연 타이틀답게 이날 오프닝은 표범 한 마리가 온갖 역경과 외로움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내용을 담은 3D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돼 눈길을 끌었고, 무대 양 옆에 설치된 4개의 대형 조명탑이 쏟아내는 다채로운 빛의 항연은 공연의 시각적 화려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이날 공연을 빛낸 주인공은 1만 여 관객들이었다. 지난 5월에 이은 앙코르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연에서 보여준 조용필에 대한 관객들의 열정은 실로 뜨거웠다.

조용필의 팬클럽 회원들은 ‘땡큐, 조용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직접 준비해 1만 관객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했으며, 야광봉을 흔들며 객석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추는 관객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40대 이상 관객이 주였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조용필의 노래가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쏟아졌던 함성 소리는 여느 아이돌 가수 공연 못지 않을 정도로 힘찼다.

‘한강’을 부른 후 조용필은 미리 준비된 영상을 통해 “지난 40년은 저에게 꿈 같은 시간이었다”며 “상실, 이별, 허무, 그리움을 노래해 가슴 속 힘든 이야기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사랑의 길로 인도하고 때로는 여러분의 어깨에 내려 앉은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잊게 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지난 가수 시절을 회고했다. 또 “한결같이 흘러 온 한강 같이 저도 여러분과 항상 함께 할 것이다.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로 지난 40년간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인의 애환을 노래하며 40년간 팬들과 함께 호흡했던 조용필. 그는 28일 같은 곳에서 한 차례의 공연을 더 열어 데뷔 40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의 성대한 막을 내린다. 조용필은 지난 5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등 전국 20여 개 도시를 돌며 이날 공연까지 32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공연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 대중음악의 산증인인 조용필이 앞으로 어떤 공연으로 팬들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갈지 기대해 본다.
▲ 가수 조용필의 공연에 열광하고 있는 팬들(사진 제공=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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