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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그냥 웃고 액션을 즐겨라!’
세상에는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 머리가 지근거릴 정도로 복잡한 세상살이에 지친 관객들이 모든 근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영화. 3일 개봉한 이정재, 김석훈, 김옥빈, 이원종 주연의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 제작 싸이더스FNH, 배우마을)은 그런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자 배우로 1인2역을 소화한 여균동 감독도 시사회에서 “아무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 살기도 어려운데 생각 없이 그냥 즐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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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선 경종 집권 말기, 마포에서 ‘한 주먹’ 하는 명물 천둥(이정재 분)이 전설적인 검개(지금의 조폭) 두명 중 하나인 짝귀(여균동 분)를 운 좋게 기절시킨 뒤 임시로 그 무리를 이끌고 짝귀의 라이벌인 한양 기방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 분) 일파와 맞붙으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BMW, 벤츠 등 외제차 마크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최신형 가마, 온갖 욕설이 오가는 검개들의 대화에서 마치 타이밍을 못맞춘 것처럼 아무렇게나 터져 나오는 ‘삐’하는 경고음, 패싸움을 하기 전 검개 우두머리들이 모여 “연장쓰기 없기” “깨물기 없기” “침뱉기 없기” 등 규칙을 정하는 장면 등에서는 여균동 감독 특유의 웃음에 관한 재치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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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게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라며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가사를 리듬 없이 인생의 좌우명처럼 주워 삼키는 만득의 대사, 졸지에 나이 어린 천둥을 큰형님으로 모시게 된 칠갑 역의 이원종의 연기도 웃음을 준다. 설지가 버선발에 먹물을 적시고 한지 위에서 춤을 추며 용을 그리는 장면, 마지막 천둥과 만득의 ‘맞짱’에서 동원된,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한 컴퓨터 그래픽 처리는 눈길을 끄는 요소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들이 대사나 장면 하나하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왜 그럴까’ 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 ‘아무 생각 갖지 않고’ 봐야 재미가 있는 영화, 관객들이 아무 생각을 갖지 않도록 강요하는 영화다.
만득은 걸핏하면 “맨드라미”라며 꽃 이름을 말하는데 무슨 의미일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만득은 정말 ‘돌+아이’ 캐릭터’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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