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②]한류의 두 얼굴...무서운 일본 시장

  • 등록 2008-03-25 오전 11:09:37

    수정 2008-03-25 오전 11:12:08

▲ 영화 '숙명'의 시사회 현장에 수백명의 일본 여성 팬들이 몰려 한류스타로의 인기를 실감케한 권상우와 송승헌.(사진=김정욱 기자)

[편집자주]‘클릭하면 스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CD와 필름을 대신하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호흡은 점차 가빠졌고, 다매체 시대 매체간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빠른 산업화에 살아남기 위한 해법도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진단해본다.
 
[도쿄, 요코하마(일본)=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사례1) 한류스타 권상우, 송승헌 주연의 영화 '숙명'의 시사회 현장에는 수백명의 일본 여성 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시사회장 앞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프레스 카드를 수십만원에 사겠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사례2)지난 16일 일본 간사이 공항에는 배우 조인성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천명의 일본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층부터 3층까지 장내를 가득 메웠고 간사이 공항 측은 이날 발디딜 틈없이 공항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자국 팬들의 안전문제를 위해 수십명의 경찰과 경호인력을 투입했다.
 
한국 배우들이 움직일 때마다 시사회장이 미어터지고 공항이 마비되고 있는 앞의 두사례와 달리 한류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는 열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겨울연가’ ‘대장금’ 등 대히트작을 이을 후속 드라마가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 드라마를 정기 방영하는 지상파 방송국도 크게 줄었다. 2007년 자료에 따르면 2005년 65개국에서 지난해 8월 현재 29개국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훨씬 심각하다. 일본 지상파에서 현재 한류드라마를 방영하는 데는 아무 곳도 없다. 박진감 넘치는 일본 드라마와 달리 불치병 등 식상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드라마의 한계점 때문이다. 일본이 한류스타를 환영하면서도 이들이 출연한 작품을 외면하는 것은 수익성 때문이다.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 한류열풍으로 한국영화가 한때 대박을 가져다 주는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판권 가격과 마케팅 비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2005년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비롯, ‘외출’(270억원),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20억원) 등 흥행은 이제 전설이다. 수십 편의 작품 등이 마케팅 비용 때문에 대기중이다.
 
욱일승천하던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사정을 고려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작이나 계약에 있어서 철저히 매뉴얼과 시스템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한국드라마가 일본 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제작사들은 초심을 잃기 시작했다. 즉흥적이면서 다분히 자기편의주의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는 현지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받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 만난 KOCCA의 이영훈 과장은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의 존재감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면서 "뜬금없는 신데렐라 스토리 구조나 황당한 판타지 보다는 보다 현실감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보다 안정적인 매뉴얼이나 시스템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도제식 제작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공략을 해 마니아 팬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과장은 "올해 달라진 글로벌 문화 트렌드 중 하나는 불특정 다수보다는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들을 공략하는 것"이라면서 "오다쿠 특성이 강한 일본시장에선 이런 색채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 내 한류붐을 이뤘던 윤스칼라가 대표적 케이스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 등 4계절 시리즈로 일본 내에서 어필했던 윤석호 감독은 지금 일본 내에서 웬만한 한류스타 못지 않은 브랜드를 자랑한다. 윤스칼라 작품에 대한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은 일본에서도 무시 못할 존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일본의 방송사가 드라마를 선정하는데 큰 힘이 된다.
 
윤스칼라 조성우 이사는 "일본 내 한류가 침체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한 두 스타에 의존하기 보다는 한류드라마를 나타낼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에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OBS경인TV '쇼영' 프로듀서(sanha@obs.co.kr)  
▲ 윤석호 감독의 4계절 드라마 시리즈 '봄의 왈츠', '여름향기', '가을동화', '겨울연가'(맨 윗쪽 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출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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