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사건으로 비춰 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테크 마인드

  • 등록 2008-03-11 오전 10:28:02

    수정 2008-03-11 오전 10:29:07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마포 일가족 실종사건은 용의자 이호성(41)의 자살과 4모녀의 시신이 발견되며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정확한 사건 경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깊은 상처만 남게 됐다.

이호성의 지인들은 한결같이 "결국 돈이 부른 참사"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호성이 은퇴 후 사업에 잇달아 실패하며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호성의 경우와 비교할 순 없지만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적지 않다. "잘 나가던 선수의 이유 없는 슬럼프가 장기화되면 100% 돈 아니면 여자 문제"라는 속설이 나온 이유다.

▲프로야구 선수 재테크 현 주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타격을 입는 것은 비단 연봉이 많지 않은 비주전급 선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돈을 받는 스타급 선수들 중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속빈 강정일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경우가 빚보증이다. 쉽게 보증을 섰다가 거액을 날리는 경우는 비일비재 하다. A모 선수는 FA 대박을 터트리고도 보증 때문에 차비까지 아껴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1980,90년대 스타 플레이어 가운데 한명이었던 B모는 10여년이 지나 지도자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고 있을 정도다.

투자 실패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FA 먹튀 중 한명으로 꼽히는 C모는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투자금을 모두 날린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큰 돈은 못 벌더라도 안정감 있는 투자처에만 돈을 쓴다는 후문이다.

몇년 전 최악의 부진으로 손가락질 받던 또 다른 한 선수는 당시 억대의 부동산 사기를 당해 홀로 끙끙 앓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재테크에 성공한 선수 보다는 실패 경험담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결국은 '무지'에서 오는 서글픈 현실이다. 엘리트 체육의 기조 아래 성장한 프로야구 선수들은 사회 경험이 없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만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되는 만큼 학교에 다닐때부터 프로 선수로 활동할때까지 철저한 지원과 보호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프로 선수가 되면 먹고 자고 입는것까지 구단의 도움을 받는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귀가 얇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스스로 공부하며 깨우치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위의 솔깃한 제안에 넘어가곤 한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거나 인생을 설계하는 부분에선 약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화려한 생활을 했던 선수들일 경우 은퇴 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삶을 이어가고픈 욕망에 헛된 꿈을 꾸게 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총회나 세미나를 통해 간헐적으로 재테크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비 정기적인데다 시간도 짧아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선수는 "내가 입단 계약금만 4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나 야구 시키느라고 생긴 부모님 빚잔치 하고 이것 저것 하다보니 금세 사라졌다. 연봉만으로 다시 모아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은퇴한 뒤 FC(보험설계사.Financial Consuitant)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 투수 오철민(전 KIA)은 "은퇴 후 재테크와 관련된 일을 하고보니 나를 포함한 야구 선수들이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는지 알게됐다. 세상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추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시선도 문제
운동 선수의 재테크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일반 직장인이나 연예인의 경우 재테크를 잘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운동 선수는 재테크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인식이 부지불식간에 퍼져 있다.
 
경기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저 선수가 최근에 주식을 손대는데..."라는 비아냥이 쏟아질 뿐이다. 지도자들도 선수들의 재테크에 호의적이지 않다.  
 
은퇴한 조성민의 경우 빵집 사업을 하는 것이 걸림돌이 돼 유니폼을 다시 입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또 다른 A모 선수는 부업으로 양어장에 투자한 사실을 절대 알리지 않고 있다. 혹 생길지도 모를 오해가 두려워서다.
 
몇년 전 한 스포츠신문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테크 노하우'라는 시리즈를 연재를 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꺼려했다. 돈을 잘 모으고 재테크에 성공한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증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삐뚤어진 시선은 오히려 선수들의 건전한 재테크에 방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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