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범 제주 감독이 선수단에 지시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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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홍규의 선제골 후 제주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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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감독님 목소리 상태 때문에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제주유나이티드 관계자가 김학범 감독 인터뷰 종료를 요청하며 한 말이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정상적인 인터뷰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제주는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5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전북현대를 2-0으로 제압했다.
리그 2연패에서 벗어난 제주(승점 7)는 6위로 뛰어올랐다. 또 전북전 5경기 무승(1무 4패) 고리도 끊어냈다. 2022년 5월 28일 2-0 승리 이후 약 2년 만에 거둔 전북전 승리였다.
| 김학범 제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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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김 감독은 전북과의 상대 전적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이 ‘지나간 일’이라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김 감독은 “이긴 팀은 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입장은 아니다. 한 번쯤은 바꿔놔야 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여기에 뒤로 물러나는 축구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경기 패배에 대해선 선수단에 강하게 말하지 않지만 회피하고 엉덩이를 빼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축구가 밑으로 내려서는 건 안 된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감을 조금씩 찾으면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기 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선수들을 향해 소리치고 독려했다. 그 결과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를 취할 수 있었다. 물론 목소리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쉬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앞으로 안 나와서 자꾸 올라가라는 말을 했다”라고 목소리가 쉬어버린 배경을 밝혔다. 그는 목소리가 이 정도로 쉰 경기는 거의 없었다며 “자꾸 주도적인 경기를 해야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직은 계속해서 주입해야 할 것 같다”라며 다음에도 목소리를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제주 선수단이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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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가 제주에 의미가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제주 4·3 76주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 팀은 제주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진행했다. 제주 선수단과 코치진은 희생자의 상징인 동백꽃을 가슴에 달고 경기에 임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해서 (도민들께) 기쁨을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말했다”라며 “그런 부분을 지켜줘서 고맙다”라며 남다른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