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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은 적극적으로 변했다. 평가전을 시작하기 전 코트에 모여 전날보다 더 실전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길 요청했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겠다는 의지였다.
전날 31명에서 2명이 늘어난 선수 33명이 코트에 나섰다. 서로 친해진 듯 이야기를 나누며 몸을 풀었다. 현지에서 섭외된 남자 세터 2명도 가세했다. 첫날보다 확실히 토스가 좋아졌고 몸이 풀린 선수들도 컨디션이 올라왔다.
감독들은 전날과 비슷한 장소에서 선수들을 지켜봤다. 2층에 앉은 사령탑은 이미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6·보스니아/세르비아·1m96)와 재계약을 결정한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유일했다.
이어진 평가전, 선수들의 공격 속도가 빨라졌다. 감독들의 눈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선수의 손끝에서 공이 찍히는 코트 구석까지 시선이 따라갔다.
평가전이 뜨거워질 무렵,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코트로 나왔다. 김호철 감독은 “지금 방식은 아포짓 스파이커의 플레이를 충분히 볼 수 없다”면서 “아포짓 스파이커 위주로 공격력을 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페퍼저축은행 아헨 킴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감독들 의견을 반영해 평가전을 아포짓 스파이커의 공격력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야스민 베다르트(27·미국/이스라엘·193)를 원하지만 바람대로 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먼저 선수를 뽑을 수 있는 확률도 희박하고 설사 야스민을 선택하더라도 지난 시즌의 악몽이 반복될 수 있다. 야스민은 시즌 초중반까지 현대건설의 독주를 이끌며 제몫을 해줬지만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현대건설은 외인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정규 리그 2위로 밀린 데다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강성형 감독은 “공격력, 높이, 힘, 그런 걸 보고 있는데 지금 (트라이아웃에 나선 선수들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야스민에 대해서는 “베스트 컨디션이 돌아올지 위험 부담이 있어서 고민이 많다”며 “실력으로 보면 야스민 같은 선수가 없다. 데리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리스크가 걱정”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새 얼굴을 본다. 지난 시즌보다 좀 더 어려워진 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걸 떠나서 일단 공격력을 좀 보고 있다”며 “내일 하루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현지 시각으로 간담회가 끝난 오후 6시. 지난 시즌 뛰었던 선수와 재계약할 의사가 있는 구단이 KOVO에 통보할 시간이 왔다. 흥국생명은 옐레나와 재계약을 결정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캐서린 벨(30·미국·1m90), GS칼텍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0·카메룬·1m84), IBK기업은행 달리 산타나(28·미국·1m85)는 소속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고 성장시킬 수 있다”며 “이미 재계약할 마음을 정하고 왔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도중 합류한 아본단자 감독은 자신의 배구 스타일을 도입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다가올 시즌은 비시즌부터 준비할 수 있고 구성원 변화도 있는 만큼 다를 것이라는 각오다. 아본단자 감독은 “아직 (지난 시즌) 구성원으로 시작한 (우승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끝까지 이 멤버로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은 13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최종 드래프트에서 다음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기회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