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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N번방’ 사건. 해당 사건 판사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그가 고 구하라 재판에서 그녀의 전 남자친구 최 씨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이라며 판사 변경을 요청했던 것. 게다가 과거 A 판사는 배우 고 장자연 성추행 사건 ‘무죄’, 성노예 게임사건 ‘집행유예’ 등의 판결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A 판사 본인이 재배당을 요청하며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A 판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전체 성범죄 판결의 41.4%는 집행유예를 받았고, 전체의 71.6%는 실형을 면했다.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했던 손정우는 국내에서 1년 6개월 형을 받았지만, 미국이었다면 최소 15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관대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성범죄 가해자들의 형량을 감경하는데 가장 큰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다. 스태프를 성폭행,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강지환 역시 피해자와의 합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합의를 위해 강지환 씨 측은 피해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강 씨 측은 항소심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합의서 안에는 사죄의 문구는 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즉 반성 없는 합의서를 만든 것이다.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돈으로 해결되는 합의. 심지어 범죄자들은 정신과 진료 기록 등 더 창의적인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었다. 진지한 반성은 판사들이 감형의 이유로 판시할 때 빼놓지 않는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반성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에 향해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판사가 판결할 때, 합의가 용서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돈으로 이뤄진 것인지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입을 모았다.
지난해, 동업자로부터 불법 촬영을 당해 고소를 한 이서현(가명) 씨. 그녀는 재판장에서 판사로부터 ‘합의’를 종용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항소 이유서에 가해자는 가해의 이유를 이 씨가 문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가장 많은 사례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탓을 하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판결은 이외에도 더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술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본인의 가치관을 재판 중에 공공연하게 피력한 판사도 있었다. 권인숙 의원은 평소 여성에 대한 재판부의 생각이 판결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고 올해 12월까지 더 높은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양형기준만을 고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PD수첩’은 근본적인 문제는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있고, 사법부가 시대의 조류에 맞게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