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공백 메우기' 삼성이면 가능하다

  • 등록 2014-12-06 오전 10:17:49

    수정 2014-12-06 오전 10:17:49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타이틀을 딴 뒤 포즈를 취한 밴덴헐크(왼쪽)와 그의 아내 애나.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삼성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는 최근 끊임 없이 일본 진출설이 나오고 있다. 150km를 훌쩍 넘기는 대포알 광속구. 여기에 변화구 구사 능력 또한 나쁘지 않다. 투수의 알짜 기록인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에서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밴덴헐크가 어떤 선수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당연히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다. 동양 야구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력까지 보여준 선수이기도 하다. 삼성이 막판 뒤집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밴덴헐크가 빠져나간다면 삼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에이스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탓이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암울해진다.

그러나 ‘삼성이라면’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덕이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와 인연이 별로 없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 취임 이후로는 리스크가 많이 줄었다. 첫 해 ‘나믿가믿’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가코로 크게 망한 경험이 있지만 이후로는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다. 삼성 4연패의 빼 놓을 수 없는 동력은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었다.

삼성은 “밴덴헐크가 빠질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저 큰 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팀이 바로 삼성이다.

모 팀 타격 코치는 “솔직히 밴덴헐크가 일본에 갔으면 좋겠다. 좋은 투수인 것도 사실이지만 발전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는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발전’에 방점을 찍어둘 필요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밴덴헐크가 처음부터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공은 빨랐지만 팔이 약간 밑으로 떨어져 제구가 신통찮았다. 근데 그걸 교정해냈다. 그냥 팔을 올린게 아니다. 평생 몸에 밴 팔 각도를 바꾸려면 엄청난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에게 그런 시간을 줄 수 있는 한국 프로 팀은 없다”고 전제한 뒤 “팔을 올리는게 아니라 몸을 약간 세우며 자연스럽게 팔 각도가 올라왔다. 그러면서 정말 무서운 투수가 됐다. ‘아, 이런 방법이 있구나’하고 놀랐다. 그걸 가르친 사람도 대단하고,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게 한 삼성의 시스템도 대단하다.”

외국인 선수는 ‘용병’으로 불린다. 당장 와서 싸워 이겨줘야 하는 선수다. 뭘 가르치고 바꾼다는 것 자체가 ‘용병’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특히 나름의 캐리어를 갖고 있는 선수들은 한국 야구 지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삼성과 밴덴헐크는 달랐다.

우선 ‘BB아크’로 상징되는 ‘맞춤형 지도 시스템’을 갖춘 팀이 바로 삼성이다. 카도쿠라 코치 등을 배치해 그 선수에 맞는 교육을 한다. 코치 숫자를 늘리고 첨단 분석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좋은 지도자가 좋은 교재로 수업하는데 능률이 높지 않을 수 없다.

카도쿠라의 능력을 믿고 밴덴헐크를 맡긴 류중일 감독의 운영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삼성의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오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기대되는 이유다.

(상대 팀들은 반대겠지만)밴덴헐크가 좀 더 한국 야구에서 활약해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내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팀이 삼성이다. 삼성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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