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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일본 프로야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다. 동양 야구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력까지 보여준 선수이기도 하다. 삼성이 막판 뒤집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밴덴헐크가 빠져나간다면 삼성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에이스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탓이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암울해진다.
그러나 ‘삼성이라면’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덕이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와 인연이 별로 없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 취임 이후로는 리스크가 많이 줄었다. 첫 해 ‘나믿가믿’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가코로 크게 망한 경험이 있지만 이후로는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다. 삼성 4연패의 빼 놓을 수 없는 동력은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었다.
모 팀 타격 코치는 “솔직히 밴덴헐크가 일본에 갔으면 좋겠다. 좋은 투수인 것도 사실이지만 발전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는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발전’에 방점을 찍어둘 필요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밴덴헐크가 처음부터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공은 빨랐지만 팔이 약간 밑으로 떨어져 제구가 신통찮았다. 근데 그걸 교정해냈다. 그냥 팔을 올린게 아니다. 평생 몸에 밴 팔 각도를 바꾸려면 엄청난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에게 그런 시간을 줄 수 있는 한국 프로 팀은 없다”고 전제한 뒤 “팔을 올리는게 아니라 몸을 약간 세우며 자연스럽게 팔 각도가 올라왔다. 그러면서 정말 무서운 투수가 됐다. ‘아, 이런 방법이 있구나’하고 놀랐다. 그걸 가르친 사람도 대단하고,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게 한 삼성의 시스템도 대단하다.”
그러나 삼성과 밴덴헐크는 달랐다.
우선 ‘BB아크’로 상징되는 ‘맞춤형 지도 시스템’을 갖춘 팀이 바로 삼성이다. 카도쿠라 코치 등을 배치해 그 선수에 맞는 교육을 한다. 코치 숫자를 늘리고 첨단 분석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좋은 지도자가 좋은 교재로 수업하는데 능률이 높지 않을 수 없다.
카도쿠라의 능력을 믿고 밴덴헐크를 맡긴 류중일 감독의 운영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삼성의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오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기대되는 이유다.
(상대 팀들은 반대겠지만)밴덴헐크가 좀 더 한국 야구에서 활약해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내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팀이 삼성이다. 삼성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