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류현진'을 빛나게 한 3번의 명장면

  • 등록 2013-08-31 오후 1:53:00

    수정 2013-08-31 오후 2:24:52

류현진(오른쪽)이 31(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경기서 2회 홈으로 파고들며 슬라이딩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LA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은 ‘베이브 류스’라는 또 다른 애칭으로도 불린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7년 동안 방망이를 잡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타자로서의 감춰진 재능을 맘껏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1할대로 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타석에서의 집중력은 여전히 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3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도 ‘타자 류현진’은 매우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날의 활약은 파워와 주력, 그리고 동료애까지 엿볼 수 있는 명장면의 연속이었다.

▲투수의 퇴로를 막은 강력한 저항

다저스가 0-1로 뒤진 2회말 2사 2루. 타석에 류현진이 들어섰다. 타격감이 좋았던 8번 유리베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탓에 득점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유인구에는 속지 않았고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오면 강한 스윙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집중력은 단연 최고였다.

볼 카운트 1-2. 류현진은 4구째 체인지업을 아무렇지 않게 골라냈다. 빼어난 선구안을 지닌 선수임을 알리는 초이스. 다음 공은 커브였다. 류현진의 시야를 흐트러트리며 스트라이크를 넣겠다는 전략. 그러나 류현진은 공을 끝까지 잘 따라간 뒤 빠른 스윙으로 때려냈다.

파울이 되기는 했지만 던진 투수 에릭 스털츠와 사인을 낸 포수 닉 헌들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강력한 스윙. 유인구에는 속지 않고 변화구로 던진 승부구에도 강하게 반응하는 타자에게 던질 수 있는 공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샌디에이고 배터리는 직구로 승부구를 삼았고 류현진은 기다렸다는 듯 이 공을 잡아당겨 좌익수 키를 넘어 펜스 하단을 직접 맞히는 커다란 2루타를 뽑아냈다.

▲위험 천만 전력질주

류현진이 극적인 동점 타점을 올리자 다저스의 집중력 또한 배가됐다. 다음 타자인 푸이그도 좌전 안타로 뒤를 받혔다.

짧은 안타였기에 2루 주자 류현진이 홈을 파고들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 듯 보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딱’하는 순간 스타트를 끊은 류현진은 3루 코치의 런닝 사인이 나오자 주저 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타이밍 상 아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수비진의 중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좌익수 구즈만이 던진 원바운드 공을 포수 헌들리가 놓치며 세이프. 몸을 날려 슬라이딩까지 했던 류현진은 역전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비록 다소 어설픈 슬라이딩이었지만 팀에 역동적 힘을 안겨준 의미 있는 주루 플레이였다.

슬라이딩하며 손이 땅에 쓸렸지만 다행히 공을 던지는데 부담이 될 만한 상처도 남지 않았다.

▲함께 가는 팀 워크

류현진이 전력 질주로 득점으로 올린 것 까지는 좋았지만 다음 타자 칼 크로포드가 빠르게 아웃 당한 것은 옥의 티였다. 류현진은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이닝 교대 후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누가 봐도 다소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단짝이자 맏형인 3루수 유리베가 그의 곁을 지켜줬기 때문이다.

한 눈에 봐도 둘은 별로 대화가 통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베는 뭔가 계속 류현진에게 말을 걸었다. 류현진도 ‘영혼 없는’ 끄덕임을 계속하며 그 틈에 숨을 추스렸다.

공교롭게도 첫 타자 스털츠가 1루 땅볼을 친 탓에 류현진은 다시 한번 열심히 뛰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야 했다.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또 힘든 상황을 맞은 것.

그 순간에도 유리베는 다시 류현진을 찾아왔다. 계속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류현진은 이후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잠시 흔들렸지만 3번 제드 저코를 3루 땅볼로 유도했고 유리베가 이 공을 병살타로 연결시키며 이닝을 매조지했다. 류현진과 동료들이 함께 막아낸 이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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