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야구장, TV를 이길 자신 있습니까?

  • 등록 2013-03-21 오전 11:13:08

    수정 2013-03-21 오전 11:13:08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각 구단의 2013년 관객 유치 목표를 확정, 발표했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은 올 시즌 관객 유치 목표를 지난 해 입장관객 715만6157명(평균 1만3472명) 보다 38만2443명(5.3%) 증가한 753만8600명(평균 13,088명). 2년 연속 700만 관객 돌파와 함께 역대 최다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로 위기감이 돌고는 있지만 야구가 팬들의 생활 속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음을 감안하면 분명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다.

이에 맞춰 각 구단은 2013시즌 입장권 판매 가격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이번엔 경기 일정에 따라 입장 요금을 차별화 하는 것이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직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팬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만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리 구단들이 보다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게 된다. 단순히 입장 요금을 조절하고 시설 투자를 조금 하는 것 만으로 과연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아시아 인 최초로 미국 최고 프로스포츠인 미식축구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공동구단주인 유기돈씨의 인터뷰(조선일보)는 그런 관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리콘밸리의 ‘협상왕’으로 불리는 그에게 “프로 스포츠 구단주로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집에서 TV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구장에서 제공하면 어떠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프로스포츠단의 경쟁자가 타 팀이 아니라 TV라는 것이었다.

미식 축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49ers와 같은 명문 구단이라면 더더욱 관중 동원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터. 하지만 유기돈씨는 더 큰 상대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창조적 발상은 49ers팬들에게 그동안 기존 구단들로 부터는 받지 못했던 서비스를 안겨줬다. 중요한 건 결국 그 서비스를 통해 구단도 돈을 더 벌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문득 지난해 올스타전 관람을 위해 대전 구장을 찾았던 한 여성팬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선수들을 한꺼번에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좋은데 운동장이 너무 더워서 힘들다. 내년엔 집에서 TV로 볼 생각”이라고 했다.

올스타전을 하루에 끝내려다보니 팬들에게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각종 행사를 지켜보게 해야 했음을 아프게 반성한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됐을까.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은 현장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들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구식 구장에 머물러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관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춘다 해도 스카이 박스가 아니라면 집에서 보는 것 보다는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 빈 공간을 그저 ‘스포츠를 여러사람들과 함께 직접 보는 감동’으로 채우라고 하는 건, 이 시대의 마케팅 마인드로서는 낙제점이라고 유기돈씨는 말하고 있다. 우리 구단들도 분명 참고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관중이 늘어나고 팬 서비스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예전의 한국 프로야구’일 뿐이다. 새로운 구장을 짓는 것 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순진한 기대를 하고 있어선 안된다.

야구 인기가 높아지고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방송사는 보다 나은 중계와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억대의 새 장비를 갖추고 해설진을 보강하고 화질 향상을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TV보다 재미있는 야구장. 과연 우리 구단들은 TV를 이길 자신이 있는걸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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