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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가 눈길을 끄는 것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한국 특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와쿠마의 독점 교섭권을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오클랜드 어슬렉티스다. 오클랜드는 이달 초 약 1,700만 달러(약 200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했고, 라쿠텐이 이를 받아들이며 이와쿠마와 협상권을 따낸 바 있다.
그때만 해도 이와쿠마의 메이저리그행은 가시화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개별 협상은 별반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는 12월8일까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와쿠마는 라쿠텐에 잔류하게 된다. 미.일 프로야구 협약은 '독점 교섭권을 지닌 팀이 30일 동안 해당 선수와 입단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당해년도엔 추가 포스팅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케이 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오클랜드가 이와쿠마에게 제시한 몸값이 4년 1,500만 달러 수준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375만 달러 정도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쿠마의 눈높이는 좀 더, 아니 매우 높은 곳에 있었다.
산케이 스포츠는 "이와쿠마는 내심 마쓰자카(보스턴)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쓰자카는 지난 2006시즌이 끝난 뒤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바 있다.
이와쿠마는 커리어 면에선 마쓰자카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2008년 21승을 거두며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바 있고 부상으로 주춤했던 2년(2006,2007)을 제외하면 매년 팀의 에이스로 제 몫을 다했다.
긴테쓰(현 오릭스 버팔로스)나 라쿠텐 등 주로 약팀에서 뛰었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기는 했지만 기량면에선 마쓰자카에 크게 뒤진다고 하기 어렵다.
마쓰자카의 일본 통산 방어율은 2.95였고 이와쿠마는 3.32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1.22로 같다.
하지만 이와쿠마가 4년 전 마쓰자카의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정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를 노크할 당시는 일본 투수들에 대한 거품이 가장 부풀어 올라 있었다.
특히 마쓰자카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과 마구(자이로볼) 프리미엄을 최대치로 누리고 있었다. 여기에 양키스-보스턴 이라는 전통의 라이벌 간 자존심 대결까지 더해져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거품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쓰자카는 초반 2년간은 10승 이상의 성적을 올렸지만 이후 2년간은 평범한 성적을 내는데 그쳤다.
한국 야구는 국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WBC와 올림픽의 선전, 아시안게임의 압도적 위력 등을 보여주며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특히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소중한 자원들이 여전히 성장중이다.
메이저리그가 이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몇몇 특급 선수들에게는 에이전트들은 물론 에이전트를 사칭한 사람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한 선수는 지인들에게 "여기 저기서 자꾸 전화가 온다. 신경 안 쓰려 하는데 가끔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마쓰자카 못지 않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반드시 상상도 못한 초대형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꿈을 꿀 수는 있지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허황된 꿈은 현실까지 좀 먹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이 있다면... 장기적인 목표를 통해 현실적인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