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빈 코치가 이병규의 100타석을 기다린 이유

  • 등록 2010-06-03 오전 10:43:50

    수정 2010-06-03 오전 10:43:50

▲ 사진=LG 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적토마' LG 이병규(36)가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교하면서도 임팩트 있던 그 때 그 이병규로 말이다.

이병규는 2일 사직 롯데전서 4타수2안타4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꼭 필요할 때마다 한방씩을 때려내는 집중력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단순히 한 경기 뿐이 아니다. 이병규는 최근 확실히 달라졌다. 시즌 초반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완연히 벗어났다. 박종훈 LG 감독도 "이병규는 이제 제 페이스를 찾았다고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이병규의 성적은 100타석을 기준으로 나눠보는 것이 옳다. 이병규는 첫 100타석까지는 타율 2할1푼3리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100타석은 이야기가 다르다. 타율은 3할3푼3리로 높아졌고 4개의 홈런과 17타점을 뽑아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적응'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의 100타석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서용빈 LG 타격 코치는 이병규가 팀에 재합류한 이후 기술적인 조언은 좀처럼 하지 않았다. 단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서 코치는 이병규의 하체 움직임에서 약점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함부로 이병규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 코치는 "이병규는 팀의 중심 타자다. 또 일본에서 3년간 뛴 선수다. 물론 특급 선수라 해도 코치의 조언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조언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선수에겐 소용없는 일이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병규를 존중해주며 스스로 느껴주길 기다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100타석이 지날 즈음 서 코치는 다시 이병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오른쪽 골반이 바로 빠져버리는 것이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는 이유라는 조언이었다. 또 하체로 치지 못하니 왼손(우타자라면 오른손)을 빨리 덮는 단점까지 더해졌다.

이병규도 금세 서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도 몸이 먼저 단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규가 없는 사이 한국 프로야구는 크게 발전했다. 이병규 역시 달라진 흐름과 빨라진 스피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서 코치의 조언은 이병규에게 필요했던 맞춤형 처방이었던 셈이다.

이후 이병규는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아갔다. 이제 팀의 4번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의 방망이가 살아나며 LG 역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 코치는 "스프링캠프서 감독님께 이병규가 보여주고 있는 단점에 대해 말씀 드린 적이 있다. 감독님이 기다려주신 덕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병규 역시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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