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욕하면서 보고 욕 안나오면 안본다...'막장'의 딜레마

  • 등록 2009-04-23 오전 10:08:02

    수정 2009-04-23 오전 10:30:47

▲ '막장 드라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SBS '아내의 유혹'(위)과 KBS 1TV '너는 내 운명'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한동안 안방극장에 ‘막장 드라마’ 광풍이 몰아쳤다.

사전적 의미로 막장 드라마의 ‘막장’은 ‘끝장’의 잘못된 말로 ‘갈 데까지 간’ 정도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자극적인 내용, 무리한 상황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시청률 높이기에만 전념하는 드라마라고 보면 된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남편의 배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아내의 복수, 얼굴에 점 하나 찍고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바꾼 아내를 못알아보는 남편 등의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1월 종영된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도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의 동시 백혈병 발병 등 극단적 상황설정으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BS 2TV ‘꽃보다 남자’역시 만화가 원작이기는 하지만 고교생 인질극, 지나친 교내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이 막장요소로 꼽혔다.

특히 ‘너는 내 운명’과 ‘아내의 유혹’은 막장 논란 속에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지만 시청률은 30%를 훌쩍 넘어 전체 1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꽃보다 남자’도 월화,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을 평정했다.

이후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처럼 ‘비 막장’을 선언하는 드라마들이 잇따라 선보였다. ‘너는 내 운명’ 후속인 ‘집으로 가는 길’,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등이다. 자극적 내용보다 훈훈함을 전해주는 가족의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드라마들이다.

그런데 성적표는 별로 신통치 않다.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뿌리 깊은 상처와 오해를 숨기고 살아가는 가족 3대를 통해 오늘날 해체돼 가는 가족상을 조명한 ‘집으로 가는 길’은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 26.1%의 시청률로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현재 시청률은 10%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KBS 1TV 일일드라마는 한동안 불패신화를 이어왔지만 현재는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MBC ‘사랑해, 울지마’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한 부부의 착하지만 어딘가 모자란 네 아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이웃과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솔약국집 아들들’은 토요일 10% 후반, 일요일 20% 초반 시청률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말을 이용해 외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전작인 ‘내 사랑 금지옥엽’이 지난 5일 최종회에서 기록한 32.5%에는 못미친다.

뱃속에 아이를 잉태한 채 첫사랑과 결별, 미혼모가 됐지만 첫사랑을 원망하기는커녕 잘되기를 바라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강주(채림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잘했군 잘했어’는 지난 19일 9.9%로 한자릿수 시청률에 그쳤다.

SBS 주말특별기획드라마 ‘가문의 영광’이 지난 19일 최종회에서 같은 날 방송된 프로그램들 중 가장 높은 26.7%의 시청률로 종영하며 ‘막장이 아닌 데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문의 영광’은 불륜과 복수를 소재로 역시 막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전작 ‘조강지처클럽’의 시청률이 40%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소위 ‘막장’으로 분류되는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욕을 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욕이 안나오게 만들면 시청자들도 외면을 하니 제작진으로서는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SBS, "'아내의 유혹' 종영 앞두고 결말유출 당혹"
☞장현성, "'장화홍련'이 막장? 휴먼드라마"
☞박상원,"'미워도 다시 한번'이 막장? 현실적인 드라마"
☞'영애씨' 김현숙, "'막장' 이미지 굳어지는 것 두려웠다"
☞'카인과 아벨' 수목극 정상 1회 천하...'막장' 미워도 다시 한번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