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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한동안 안방극장에 ‘막장 드라마’ 광풍이 몰아쳤다.
사전적 의미로 막장 드라마의 ‘막장’은 ‘끝장’의 잘못된 말로 ‘갈 데까지 간’ 정도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자극적인 내용, 무리한 상황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시청률 높이기에만 전념하는 드라마라고 보면 된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남편의 배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아내의 복수, 얼굴에 점 하나 찍고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바꾼 아내를 못알아보는 남편 등의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1월 종영된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도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의 동시 백혈병 발병 등 극단적 상황설정으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BS 2TV ‘꽃보다 남자’역시 만화가 원작이기는 하지만 고교생 인질극, 지나친 교내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이 막장요소로 꼽혔다.
이후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처럼 ‘비 막장’을 선언하는 드라마들이 잇따라 선보였다. ‘너는 내 운명’ 후속인 ‘집으로 가는 길’,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 등이다. 자극적 내용보다 훈훈함을 전해주는 가족의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드라마들이다.
그런데 성적표는 별로 신통치 않다.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뿌리 깊은 상처와 오해를 숨기고 살아가는 가족 3대를 통해 오늘날 해체돼 가는 가족상을 조명한 ‘집으로 가는 길’은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 26.1%의 시청률로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현재 시청률은 10%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KBS 1TV 일일드라마는 한동안 불패신화를 이어왔지만 현재는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MBC ‘사랑해, 울지마’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한 부부의 착하지만 어딘가 모자란 네 아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이웃과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솔약국집 아들들’은 토요일 10% 후반, 일요일 20% 초반 시청률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말을 이용해 외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전작인 ‘내 사랑 금지옥엽’이 지난 5일 최종회에서 기록한 32.5%에는 못미친다.
SBS 주말특별기획드라마 ‘가문의 영광’이 지난 19일 최종회에서 같은 날 방송된 프로그램들 중 가장 높은 26.7%의 시청률로 종영하며 ‘막장이 아닌 데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문의 영광’은 불륜과 복수를 소재로 역시 막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전작 ‘조강지처클럽’의 시청률이 40%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소위 ‘막장’으로 분류되는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욕을 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욕이 안나오게 만들면 시청자들도 외면을 하니 제작진으로서는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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