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로 듣는 원더걸스 '텔미'의 재미

재즈로 연주 하는 '히트가요' 위트있는 편곡으로 큰 호응
  • 등록 2008-08-18 오전 9:29:12

    수정 2008-08-18 오전 9:29:12

[조선일보 제공] 팝과 클래식의 만남, 즉 크로스오버(Crossover)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죽도 밥도 안 될' 위험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록 그룹 딥 퍼플(Deep Purple)과 로열 필하모닉의 만남, 메탈리카(Metallica)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협연이 기대만큼 긴 울림이나 큰 파장을 갖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미묘하고도 위험한 줄타기의 가능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16·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팝스 콘서트〉에서 모색한 해결책은 '편곡'에 있었다. 올해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을 맞아 지난 20년간 사랑 받았던 인기 가요들을 '재료'로 해서 협주곡 형식의 관현악이라는 새로운 '요리'로 내놓은 것이다.

변진섭의 히트곡 〈희망사항〉을 플루티스트 최은정과 코리안 심포니(지휘 강창우)가 플루트 협주곡으로 연주할 때부터, 편곡을 맡은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착상이 빛났다.

〈희망사항〉 원곡의 도입부에 인용됐던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플루트 협주곡으로 다시 패러디하면서 재즈의 색채를 과감하게 집어넣었다. 곧바로 오케스트라가 왈츠 풍으로 연주하는 가운데, 플루트는 다채로운 독주로 연신 표정을 바꿨다.

원더걸스의 〈텔미〉에서는 비올리스트 김가영이 협주곡 도중에 독주 악기가 홀로 연주하는 카덴차의 재미를 더했고, 김흥국의 〈호랑나비〉는 빅밴드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서 객석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기존의 인기 가요에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옷을 입혀나간 것이다.

영화광이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패러디하고, 팝 마니아들이 비틀스(Beatles)의 음악을 다시 비틀듯이 다양한 클래식 명곡을 인용하기도 했다. 신승훈의 발라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의 협연으로 들려줄 때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도입부를 사용했고, 편곡자 박종훈 자신의 피아노 협연으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피아노 협주곡 형식으로 연주할 때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활용했다.

사실상 낭만주의 협주곡과 가요 발라드가 감성과 애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 위트 있는 착상이었다. 이 때문에 숨은 그림 찾기나 모자이크를 보는 듯한 재미가 쏠쏠했다.

장윤정의 〈어머나〉나 박남정의 〈널 그리며〉처럼 원곡의 색채가 너무 짙은 곡들은 다른 장르로 편곡해도 효과가 덜했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인용할 때는 가요와 클래식을 이어 붙인 이음새가 헐거웠고, 때로는 나열식 구성으로 편곡이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 가수의 노래와 팝스 오케스트라의 반주라는, 기존의 〈열린 음악회〉식 편성 대신에 편곡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재미를 찾아내려는 시도 자체는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엄숙하기만 했던 클래식 공연장에서 여름용 '계절 상품'으로 새롭게 정착할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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