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팀으로 쪼개진 워너원?…장밋빛 황금기 연 그 앨범[김현식의 서랍 속 CD]

  • 등록 2023-03-04 오후 1:05:20

    수정 2023-03-04 오후 1:05:20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그룹 워너원이 2018년 6월 발매한 스페셜 미니앨범 ‘1÷χ=1’(UNDIVIDED)입니다. 워너원이 앨범 발매 시기에 맞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월드투어 ‘원:더 월드’(ONE:THE WORLD) 서울 공연 기자간담회를 열었을 때 받은 CD로 기억합니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으로 활동 기간이 1년 6개월로 제한돼 있던 워너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놓은 유닛 프로젝트 앨범이라는 점에서 희귀성이 있는 앨범입니다. 멤버 11명이 4개의 유닛으로 나뉘어 작업한 곡들로 채워져 발매 당시 팬들의 흥미도가 높았습니다.

우선 김재환, 강다니엘, 박우진이 트리플 포지션(Triple Position)으로 뭉쳤고, 윤지성, 하성운, 황민현이 린온미(Lean On Me)로 합을 맞췄습니다. 또 옹성우, 이대휘는 더힐(The Heal)로, 박지훈, 배진영, 라이관린은 남바완으로 힘을 합쳐 곡을 완성했죠.

각 유닛곡을 프로듀싱한 아티스트들의 면면까지 화려해 더욱 큰 주목을 받은 앨범입니다. 트리플 포지션의 ‘캥거루’(Kangaroo)와 린온미의 ‘영원+1’은 각각 지코와 넬이 프로듀싱한 곡입니다. 더힐의 ‘모래시계’와 남바완의 ‘11’은 각각 헤이즈와 다이나믹듀오가 프로듀싱했고요. 다시 보기 어려울 ‘역대급’ 협업 향연이 아니었나 싶네요.

다채로운 스타일의 곡들로 채워져 듣기에 지루함이 없는 앨범입니다. 먼저 트리플 포지션의 ‘캥거루’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피서지로 향하는 상황을 유쾌한 가사와 멜로디로 풀어낸 곡입니다. 김재환의 청량시원한 보컬과 강다니엘과 박우진의 재기발랄한 랩이 지코 특유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멜로디와 잘 어우러진 곡이라 긍정 에너지를 안겨줍니다. 다 듣고 나면 “피서지를 향한 가벼운 캥거루 스텝”이라는 구절이 자꾸 귓가에 맴돌고요.

린온미의 ‘영원+1’의 경우 영원보다 긴 시간을 함께하고픈 마음을 노래한 모던록 트랙입니다. 워너원의 보컬 라인이었던 윤지성, 하성운, 황민현의 3인 3색 목소리로 넬 감성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드라마틱한 구성의 곡이죠. “영원보다 딱 하루만 더”라는 애절하고도 간절한 가사가 해체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워너원의 상황과 맞물려 깊은 울림과 여운을 자아냅니다. 곡의 백미는 후반부 클라이막스에서 터져나오는 세 멤버의 하모니가 아닐까 합니다.

더힐의 ‘모래시게’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을 ‘모래시계’에 비유한 어쿠스틱 발라드 장르 곡입니다. 이 곡의 내용 또한 워너원의 운명과 맞닿아 있는데, 결국엔 ‘반드시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임을 기약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옹성우의 짙은 목소리와 이대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교차돼 재미난 전개가 이어지는데, 후반부에는 프로듀싱을 맡은 헤이즈의 목소리까지 등장해 애처로운 곡의 분위기가 더욱 배가됩니다.

마지막으로 남바완의 ‘11’은 ‘내 모든 걸 다 주겠다’고 말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낸 곡입니다. 박지훈과 배진영이 섹시한 보컬을, 라이관린이 묵직하면서도 거친 랩을 더했습니다. 헤이즈와 마찬가지로 다이나믹듀오 역시 피처링까지 맡아 남바완을 적극 지원사격했고요. 작곡 및 편곡으로 참여한 그레이 노래 특유의 감성까지 묻어나 있어 감상 포인트가 다양한 곡입니다.

아,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유일한 ‘완전체’ 곡인 ‘켜줘’(Light) 얘기를 빼놓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빛이 되어 날 밝혀주는 너의 마음을 채우겠다’는 메시지를 주제로 한 업템포 댄스곡으로 트랩 리듬을 활용해 색다른 매력을 가미했습니다. 데뷔 앨범을 낸 이후 10개월쯤이 지났을 때 발표한 곡이라서인지 이전 앨범들의 타이틀곡 ‘에너제틱’(Energetic)과 ‘부메랑’(BOOMERANG)과 비교했을 때 한층 더 원숙미가 느껴지는 곡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앨범을 내면서 워너원은 “멤버 각자의 다양한 색깔이 담긴 곡들로 채운 앨범으로 워너원의 장밋빛 황금기를 완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 포부대로 워너원은 스페셜 앨범 수록곡들을 세트리스트에 포함한 월드투어로 전 세계를 누비며 황금빛 나날을 보냈고, 1장의 정규앨범을 더 낸 뒤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워너원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라이관린을 제외한 멤버 10명이 다시 뭉쳐 ‘2021 MAMA’(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무대에 올라 스페셜 무대를 꾸미는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죠.

새로운 보이그룹 결성을 위한 Mnet ‘보이즈 플래닛’이 방송하고 있고, MBC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2’가 첫방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 속 문득 떠오른 워너원의 앨범. 이들이 언젠가 한 무대에 올라 시너지를 발휘하는 날이 또 다시 찾아오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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