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도 넘은 팬 갑질이 부른 송지효 논란

  • 등록 2021-12-13 오전 10:52:54

    수정 2021-12-13 오전 10:52:54

지난 2일 ‘2021 AAA’에 참석한 송지효.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팬덤 문화가 엔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스타를 위해 직접 행동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팬들이 스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요즘은 소속사가 스타를 위한 적극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직접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것은 매사에, 법적 대응 및 단체 행동(일명 ‘총공’)까지 동원할 정도로 관여하는 스케일이 커졌다. 급기야는 연예인과 소속사 내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직원 고용 이슈에도 간섭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 머리를 짧게 잘랐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송지효가 대표적이다. 발단은 지난달 말 송지효가 출연 중인 SBS 예능 ‘런닝맨’ 방송에서 비롯됐다. 방송으로 처음 공개된 송지효의 숏커트를 본 당시 ‘런닝맨’ 멤버들은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건네며 호응했다. 송지효 역시 변신에 불만이나 후회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으며, 자의로 직접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논란은 방송 뒤 송지효의 일부 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항의 성명서를 게재하며 불거졌다. 이들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송지효의 스타일링 전반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소속사의 입장표명은 물론 담당 스타일리스트 교체까지 촉구하며 날을 세웠다. 설상가상으로 한 시상식에 참석한 송지효의 착장까지 논란이 됐다. 머리 정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부터 의상이 헐렁하다, 치마 밑단이 뜯어졌다 등 비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 및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좋아하는 스타가 최대한 멋지고 예쁜 모습이길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며 팬의 입장으로 이해해주는 여론이 적지 않다. 격식을 갖춰야 할 행사에서 망가진 의상을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연예인을 무대에 세운 스타일리스트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쓴소리도 이어진다.

그러나 사안의 당사자인 배우가 스타일링에 아무런 불만을 내비치지 않았음에도 직원 교체 및 스타일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팬의 권리를 벗어난 엄연한 갑질이다. 실제로 송지효는 올 연말 시상식 일정까지 기존 의상팀과 계속 함께하기로 했다. 이 사태를 바라본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그만큼 스타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크다는 방증이겠지만, 전체를 대변할지 알 수 없는 일부 팬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해주는 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개인의 미적 기준이 다른 것처럼 스타일링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는 당사자인 스타 본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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