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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에서 4위로 아쉬움을 삼켰던 대표팀은 주장 김연경(33)을 필두로 각종 악재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경기 전 객관적으로 한국이 열세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예측을 뒤집고 9년 만의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지난달 31일 일본전에서는 피 말리는 5세트 듀스 접전 끝 승리를 이뤄냈다.
한국 여자 배구팀은 지난 6일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대3(16-25/16-25/16-25)으로 패했지만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각종 SNS와 네이버 선수 응원페이지에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갓연경의 멋진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배구팀은 최선을 다했고 국민들은 자랑스러워 한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팬들의 따뜻한 반응은 승리를 향한 배구 대표팀의 절실함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 등 30대 초중반의 주축 멤버들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꼭 다 함께 ‘라스트 댄스’를 추자는 다짐에서다.
반면 한국 야구 대표팀을 향한 반응은 달랐다. 야구 대표팀에게는 이같은 간절함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팬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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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도중 패색이 짙었던 8회 초, 강백호가 덕아웃 방지턱에 몸을 기댄 채 껌을 씹으며 멍하니 경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를 중계하던 박찬호 해설위원은 “강백호 선수 모습이 잠깐 보였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해설위원은 “덕아웃에서 계속 파이팅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질지언정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끝까지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반이었지면 공격 기회가 두 차례 남아 있었던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 후배를 향한 선배의 쓴소리였다.
경기 후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순철 ‘순Fe’를 통해 “대한민국 야구의 치욕스러운 날이다. 6개국이 참가했는데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고 경기 내내 답답한 모습이었다. 많은 숙제를 안겨준 대회”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선배들이 이룬 영광”이라고 지적했다.
이 해설위원은 “이러한 치욕을 다시 겪지 않고 선배들의 영광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탄탄한 실력을 쌓지 않으면 국제 대회에서 계속 이런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