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레이싱 신동, 미래의 슈마허를 꿈꾼다' 김화랑 군

  • 등록 2015-12-11 오전 7:00:00

    수정 2015-12-11 오전 11:20:19

미래의 ‘F-1 챔피언’을 꿈꾸는 9살 소년 김화랑 군(오른쪽)과 아버지 김호철 씨. 사진=이석무 기자(마카오)
[마카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9살 짜리 ‘레이싱 신동’이 미래의 F1 챔피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는 모터스포츠의 천국이기도 하다. 1년 내내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1954년부터 F3 대회인 마카오 그랑프리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지금 마카오에선 카트 열풍이 뜨겁다. 10일부터 13일까지 마카오 콜로안 카팅 트랙에서 개최되는 2015 CIK-FIA 아시아 퍼시픽 카트 챔피언십 때문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카트 대회다. 마카오, 필리핀,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호주, 미국, 네덜란드 등 전세계 선수들이 참가한다. 14개국에서 총 149명의 선수가 이번 대회에 나선다.

한국의 김화랑(9·필리핀한국국제학교※) 군도 이 대회 출전 선수 중 하나다. 김 군은 이번 대회에서 8살 부터 13살 사이 선수들이 참가하는 MINI ROK 클래스에 나선다.

단순히 참가가 의의가 아니다. 김 군은 전세계 카트 꿈나무들이 모인 이 종목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열린 ‘2015 아시아 로탁스 맥스 챌린지’ 5라운드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인 첫 우승이자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었다. 자기보다 2~3살 많은 형들을 이기고 거둔 우승이기도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이번 마카오 대회에서도 김 군은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10일 열린 첫 공식 연습주행에서도 김 군의 랩타임은 1~2위를 다툴 정도다.

김 군은 만 6살부터 카트를 시작했다. 마하엘 슈마허(독일), 루이스 해밀턴(영국), 제바스티안 페텔(독일),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등 세계적인 F-1 드라이버들도 모두 카트로 레이싱에 입문했다. 김 군도 그들이 걸어왔던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는 중이다.

아버지 김호철(38) 씨의 영향이 컸다. 김호철 씨는 2년 전까지 전문 레이싱 선수로 활약했다. CJ 슈퍼레이스에서 최고클래스인 슈퍼6000 스톡카를 몰았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레이싱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물론 6살 짜리에게 레이싱을 가르친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액셀과 브레이크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트에 익숙해지자 레이싱 트랙을 자기 안방처럼 휘젓고 다녔다. 아버지 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김호철 씨는 “화랑이의 장점은 엄청나게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브레이킹이나 추월을 할때 보면 겁이 없다. 그래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을 많이 가르치고 있다. 완급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더 완벽한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은 그저 카트를 타는게 재밌다. 빠른 스피드에 무서울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김 군은 “연습은 생각처럼 잘 된 것 같다. 카트를 타는게 너무 재밌다. 이번 대회에선 5등 안에 드는게 목표다”라며 생글생글 웃었다. 레이싱 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태권도 등 운동 자체를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탄다고 해서 장남감은 결코 아니다. 김 군이 출전하는 클래스의 카트는 65CC 엔진이 실려있다. 차체는 거의 없다. 뼈대 위에 엔진과 핸들, 브레이크, 연료통, 바퀴 등 최소한의 장비만 실려있다. 카트와 레이서의 총 무게가 120kg을 넘겨서는 안된다.

엔진 크기는 작지만 워낙 가볍다보니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기는 것은 우습다. 더구나 카트는 레이서가 드라이빙의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체력 소모는 F-1 못지 않다. 그래서 아버지는 김 군에게 시간 날때마다 체력훈련도 함께 시키고 있다.

김호철 씨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있는 ‘레이싱 대디’다. 필리핀에 개인사업체를 운영하지만 아들과 함께 레이싱 대회를 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 “버는 수입 대부분을 여기에 다 쏟아붓고 있다”면서도 “힘들지만 아들이 즐거워하고 좋은 성적을 내주기 때문에 그것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 군이 세계적인 레이서로 성공하는 것은 김호철 씨의 꿈이기도 하다. F-1 드라이버 한 명을 만드는데 최대 100억원 이상 든다고 한다. 제아무리 부자라도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호철씨는 “F-1이나 WRC와 같은 상위 클래스에 데뷔하기 전까지는 힘들고 배고픈 시간이 계속 될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계속 열심히 해서 모터스포츠의 최고 정점을 향해 가는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김화랑 군이 본 대회에 앞서 공식 연습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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