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 재활 기간을 감안하면 빨라도 내년 7월 이후에나 투구가 가능하다. 게다가 임창용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최고였지만 미국 무대에선 뛴 경험이 없는 투수다. 한국 프로야구 기준에 비춰봤을 때 임창용이 새둥지를, 그것도 미국에서 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달랐다. 시카고 컵스, 텍사스 등을 비롯, 최소 5개 이상의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임창용은 이 중 컵스와 계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 계약금 정도만 받은 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일정 금액을 보장받는 스플릿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임창용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는 팀들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임창용의 미국행은 한국 야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수라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려는 의지가 포인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현실이다. 당장 늘어난 구단을 메울만한 선수층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10구단 효과로 창단될 아마추어 학교 등의 혜택을 프로야구가 보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 동안 새는 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번 실패를 하면 다시 도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종욱(두산)이나 서건창(넥센) 등 방출 후 재도전 기회를 잡아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방출 선수들의 현재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가 이전까지의 이미지나 추천사만 듣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이런 기회도 얻기 어렵다.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도전해보려해도 한번 어긋난 이미지를 되돌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연봉제도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스플릿 계약등을 참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제도가 있다면 구단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선수들에겐 도전 의욕을 일깨울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선수들의 각축장이다. 메이저리그 한 팀에만 대 여섯개의 서브 마이너리그 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외부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찾고 있다.
고작 1,2군이 전부인 한국 프로야구는 어떤가. 쉽게 버리고 새로 찾는 옛 방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등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프로야구계가 공식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가뜩이나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혹시 새어나가는 전력이 없는지 한번 더 찾아보는 시스템 정착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