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3년]힘겹게 지킨 야생·우정의 진국①

나영석 PD 인터뷰
전국 팔도 72곳 여행지 돌며 야생의 웃음 선사
  • 등록 2010-08-23 오전 11:14:53

    수정 2010-08-23 오후 2:19:55

▲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시원하고 짜릿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3년은 `오프-로드`(Off- Road, 길이 아닌 곳)여행과도 같았다.
 
지난 2007년 8월 충북 영동 솔티마을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야생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동을 걸었던 '1박2일'. 전국 팔도를 돌며 지난 8일 충남 당진까지 72곳의 여행을 떠난 '1박2일'의 야생 일지는 스릴과 쾌감이 넘쳤다.
 
강호동·이승기 등 여섯 멤버(때론 일곱)들의 난관 극복기는 프로그램에 인간미란 훈풍도 불어넣었다. '1박2일'은 이런 재미를 발판삼아 지난 1월 회당 최고 시청률 41%(TNmS기준)를 돌파하며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역사를 새로 썼다. 드라마 인기와 버금가는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비포장 길을 달린 만큼 전복 사고의 위험도 많았다. '1박2일'은 사직구장 논란·MC몽 흡연·김C 하차 등의 장애물을 만나 요동치기도 했다.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탓일까. 최근 '1박2일'은 3가지 악재가 겹쳐 시름하고 있다. 복불복 미션의 정형화된 패턴·김C 하차와 김종민 복귀 후 흔들린 캐릭터 구도·병역 기피 논란으로 위축된 MC몽 문제 등이 그것이다. 

'1박2일' 오프로드 여행의 드라이버 나영석 PD를 만나 지난 3년의 여행 후일담과 최근 방송을 둘러싼 이상 조짐,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이달 8일 방송으로 '1박2일'이 3년째를 맞았다
▲ 몰랐다. 3년밖에 안 됐나 싶기도 하고 벌써 3년이 됐나 싶기도 하기도 하다. 요즘 멤버들도 그렇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너무 정신 없기도 했다. 3주년이란 것을 알았더라도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을 것 같다. 최근 '1박2일' 팬들이 제작진 앞으로 선물을 보내오기는 했다.

- 지난 3년간 가장 감격스러웠던 촬영과 악몽 같았던 방송은?
▲ 악몽은 딱 떠오른다. 사직구장 방송.(웃음) 오해를 받았다는 점에서 제일 힘들었다. 생방송으로 중계방송 멘트가 나가고 사실로 굳어지고 나니 낙인이 찍히더라. 하지만 약도 됐다. 어떻게 보면 다른 분야에 찾아가 프로그램 제작하는 것에 대해 '우리의 이해도가 부족했구나'란 생각도 하게 됐다.

('1박2일'은 지난 2008년 9월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3연전 첫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을 찾아 구단 측의 협조를 얻어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좌석을 무단 점거하고 길목을 막아 경기를 관전하러 온 야구팬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오해를 사 논란이 됐다)

감격스러웠을 때는 아무래도 백두산 올라갔을 때인 것 같다. 정말 천지에 어렵게 올라갔다. 배도 타고 버스도 타고 이틀 밤 새우고. 또 현지 기상이 거의 흐린 편인데 우연하게 날씨가 좋아 감격스러웠다.
▲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 여행지 선정도 힘들 것 같다. 방송 초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곳을 가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행지 선정할 때 어떤 점에 주력하나?
▲ 여행지 선정, 힘들다. 옛날에는 사람 손도 안타고 조용하면서 경치 좋은 곳을 찾으면 있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이제는 여행지 선정하는 기준을 바꿨다. 초기에는 여행지 중심이라 먼저 가는 곳을 정하고 그곳에서 풍경 구경하고 복불복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의 테마, 즉 주제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여행지를 정한다. 가령 오프로드 여행을 주제로 잡으면 지프차·아스팔트가 아닌 돌멩이가 있는 길·내비게이션에 없는 길·아무도 모르는 산속·강한 남자 식 이미지 배열로 사고를 확장하고 거기에 맞는 장소를 고민한다. 이런 식으로 여행지를 찾지 않으면 뻔한 여행이 되기 쉽다.

▲ '1박2일' 나영석 PD

 
- 최근 '1박2일'을 위기로 보는 시선이 많다
▲ 고민이다. 멤버가 교체되면서 위기설이 불거졌고 최근 파업 기간 전파를 탄 방송에 시청자들이 만족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3년 이상 진행된 방송이 매번 똑같은 주제여서 식상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1박2일'은 매번 고비가 있었다. 백두산 갔다 와서도 그랬고 사직구장 논란 그리고 김C가 들어왔을 때도 위기 논란이 있었다. 문제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방법인데 지금까지 버텨온 고집 같은 게 있다. 위기라고 해서 '1박2일'의 뿌리부터 뒤흔드는 변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박2일'의 근간은 여행·여섯 남자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갑자기 위기라고 해서 멤버 교체 등 소위 말하는 '약'치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는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1박2일'이 근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1박2일'이 지켜온 뚝심이 있다. 여섯 형제의 끈끈한 우정이 그렇다. (김)종민이 같은 경우도 사실 요즘 말들이 많다. 예능에서 연예인은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데 사실 종민이가 그 부분에서 어떻게 보면 덜 봉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종민이가 잘못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얘 싫대, 더 잘하는 애 넣어'라는 식으로 종민이를 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조금 재미가 없더라도 재미없는 멤버 한 명과 기존 다섯 명이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켜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지도 '1박2일'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도 주시해줬으면 좋겠다. 이수근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한번 제대로 만들지 않았나. 못하는 학생 있다고 전학 보내는 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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