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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LG는 2002년 이후 거의 매년 '변화'를 겪고 있다. 무려 7년간이나 가을잔치와는 인연을 맺지 못한 팀. 게다가 리빌딩 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망주의 더딘 성장은 LG를 '고인 물'로 만들었다. 거액을 들여 대형 선수를 영입해도 팀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지지 못한 이유다.
2009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신인급 선수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는 없었다.
1차지명 선수인 유격수 오지환도 마찬가지였다. 1군에선 고작 9경기에 출장해 10타석(9타수 1안타)에 들어섰을 뿐이다.
혹자는 과감하지 못한 선수 기용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LG 지도자들이 당장의 성적에 집착하다보니 유망주들이 좀처럼 1군에서 뛸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두산의 경우 유망주들이 1군에서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극복까지 경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준다. 바로 이 점이 젊고 강한 두산을 만든 원동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오지환은 서 코치가 직접 뽑은 선수다. 2008년 서 코치는 LG의 '지도자 프로젝트'에 따라 스카우트로 일했다. 그는 오지환을 1차지명 선수로 강력 추천한 바 있다.
직접 눈여겨 본 선수가 좀처럼 1군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건 속상한 일이다. 게다가 오지환은 2009시즌 입단 선수 중 첫손 꼽히는 재목이었다.
하지만 서 코치는 "적어도 오지환에겐 2군이 오히려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는 경험 부족이었다. 일반적인 캐리어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다. 야수로 거듭날 시간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현재 진주 마무리캠프서 훈련중인 오지환이 가장 힘을 쏟는 부분 역시 수비다. 수비가 돼야 일단 경기에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2009시즌 2군에서 무려 14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팀내 최다 기록. 8개구단(경찰청,상무 제외)을 통털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치다.
서 코치는 "자세가 진지하고 성실하다. 배팅 역시 나아지는 과정을 밟고 있다.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오지환에게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야구는 정답이 없는 스포츠다. A가 1번 방식으로 성공했다 해서 B도 1번을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오지환이 그동안 LG가 겪은 설움을 날려보낼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발걸음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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