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여, 기무라 타쿠야를 배워라'...드라마 위기 탈출을 위한 제언

  • 등록 2008-12-11 오전 10:41:13

    수정 2008-12-11 오후 1:38:30

▲ 기무라 타쿠야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기무라 타쿠야를 배워라!’

‘드라마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 상승이다. 회당 최고 70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진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는 드라마 제작비에 압박을 줬고 결국 드라마의 부실, 제작사와 방송사의 위기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회당 1500만원을 드라마 주연 출연료의 상한선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면서 몸값 올리기에 급급했던 스타급 연기자들도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자세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일본의 기무라 타쿠야다. 일본, 기무라 타쿠야를 동경하자는 것이 아니라 배우라는 것이다.

기무라 타쿠야는 일본의 인기그룹 스마프의 멤버이자 연기자로 많은 일본 드라마를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기무라 타쿠야는 특히 출연한 드라마 중 7편이 일본의 역대 드라마 시청률 순위 10위 안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시청률 보증수표로 꼽힌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중 2001년 후지TV에서 방영된 ‘히어로’가 34.3%로 1위, 2000년 TBS의 ‘뷰티풀 라이프’가 32.3%로 2위, 1997년 후지TV의 ‘러브 제너레이션’이 30.8%로 3위, 2003년 TBS ‘굿럭’이 30.6%로 4위, 1996년 후지TV ‘롱 베이케이션’이 29.6%로 5위에 올라있다.

9위와 10위도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잠자는 숲’과 ‘프라이드’이며 그는 지난해 방영된 TBS ‘화려한 일족’도 23.9%의 시청률로 역대 순위 12위에 올려놓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 같은 시청률은 국내에서는 어떤 톱스타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기무라 타쿠야는 거의 매년 드라마에 출연해 왔다. 국내에서는 한 드라마를 통해 스타로 입지를 다진 연기자를 다음해에 다시 보는 것이 드물다. 캐스팅으로 고심하는 제작진에게 ‘지난해 그 배우와 이미지가 맞는 캐릭터인데 어떠냐’고 물으면 ‘올해는 드라마를 안한다고 한다’거나 ‘너무 높은 출연료를 요구한다’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이미 입지를 다졌으니 CF 등으로 한해를 보내거나 1~2작품으로 높아진 인기에 걸맞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스타들의 출연료가 급상승한 데는 분명 그런 요인도 있다.

그런데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300만엔(약 4380만원) 안팎으로 거의 정해져 있다는 게 일본 연예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이야 엔화 환율이 급상승해 100엔이 1400원을 넘어섰지만 택시 기본요금이 600엔이 넘고 탄산음료 캔 1개의 값이 한국의 3배에 이르는 현지 물가, 기무라 타쿠야가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거둔 성적표와 연기경력을 감안했을 때 국내 스타 연기자들의 최근까지 높아진 출연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물론 기무라 타쿠야가 ‘화려한 일족’에 출연할 당시 출연료가 회당 600만엔을 넘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화려한 일족’은 회당 제작비가 6000만엔에 이를 정도의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였다. 일반적인 일본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3000만~4000만엔으로 알려졌다. 기무라 타쿠야의 출연료는 회당 제작비의 10%를 넘지 않는 셈이다. 주인공 3~4명의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60%를 넘는다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현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기무라 타쿠야도 상식을 넘어서는 출연료를 요구하지 않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출연료에 관계없이 출연을 한다. 제작진도 무리한 출연료를 요구하는 배우는 캐스팅을 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무라 타쿠야는 두 방송사, 후지TV와 TBS의 드라마에 번갈아가며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무라 타쿠야는 올해 후지TV에서 방영된 ‘체인지’에 출연했으며 지난해에는 TBS ‘화려한 일족’, 2005년 후지TV ‘엔진’, 2004년 후지TV ‘프라이드’, 2003년 TBS ‘굿럭’, 2002년 후지TV ‘굿럭’ 등 2004년과 2005년 연이어 후지TV 드라마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마치 쿼터제를 하듯 두 방송사 드라마에 골고루 출연해 왔다.

그러다 보니 두 방송사에서는 기무라 타쿠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드라마를 준비해 놓기만 하면 된다. 그를 잡기 위해 무리한 캐스팅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일본과 연계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행하는 한 관계자는 여기에 “일본은 드라마 캐스팅을 하기 전에 대본이 완성되고 사전제작제가 정착돼 하루 8시간 촬영이 규정처럼 지켜지기 때문에 배우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연기에만 전념하면 된다”며 “한국에서는 툭하면 쪽대본이 문제가 되고 그런 대본 상황과 방송일정에 맞춰 촬영을 진행하느라 밤샘 촬영을 하는 일이 허다하며 이로 인해 야근수당 등 추가지출도 발생하는데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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