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악플은 범죄, 선플 권장 물결에 동참해주길"

  • 등록 2008-10-08 오전 10:00:09

    수정 2008-10-08 오전 10:04:29

▲ 소설가 이외수(사진=MBC)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PD님, 시말서 준비해뒀죠?”

소설가 이외수 씨가 매일 밤 라디오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에 쓴소리를 던지고 ‘이외수식 감성’을 전파(?)한다. 이외수 씨는 오는 13일부터 MBC 표준FM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통해 평일 오후 9시35분부터 20분간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외수 씨는 7일 오후7시30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자들에게 글로 말하던 진정한 행복, 구원을 말로도 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고 좋겠다는 생각에 진행을 맡게 됐다”고 새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된 이유를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담당PD인 이순곤PD는 “주 청취층이 장년에서 청소년층으로 넘어가는 시간대라 모든 세대를 소화할 수 있는 분을 찾게 됐다”며 “DJ보다는 칼럼니스트 개념이 맞다. 칼럼이나 상담코너 등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이외수식 감성’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좋은 얘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이번 방송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 왜곡된 부분은 가급적 신랄하게 다룰 생각”이라며 담당 PD에게 시말서 준비해두라고 너스레를 떨던 이외수 씨는 “내가 지원하고 있는 ‘철가방 프로젝트’라는 밴드를 활용해 즉흥적으로 풍자성 있는 노래를 만들어 방송할 생각도 있다. 이야기로 풀기 곤란한 것들을 노래로 더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적인 주제를 다뤄야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故 최진실과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그의 생각도 물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외수 씨는 “나도 악플러들의 공격을 많이 받는다. 8개월 동안 온 식구들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악의에 찬 글들을 지우느라 신경과민에 걸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외수 씨는 자신의 아들과 나이가 같은 한 악플러로부터 8개월에 걸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홈페이지를 공격 받았던 일을 설명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이외수 씨는 검찰의 조언에 따라 악플러를 고발했고 처벌을 받게 했다. 하지만 처벌을 받은 악플러는 이후에 또 다른 사람에게 악성 댓글을 달다 고발 당해 수감 중이라고 한다.

“조금만 자제하면 되는데 꽃다운 청춘을 왜 감옥에서 보내려고 하나”라며 안타까워한 이외수 씨는 “악성 댓글은 범죄다. 피해자의 마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며 “정도가 심해지면 법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그 전에 상호에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故 최진실 사건 이후로 악성 댓글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라며 “악성 댓글이 나쁘다는 것은 다들 자각하고 있지만 분노, 충동 등을 참지 못하고 그런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 같다. (악플러들에) 흔히 청소년들이 많은데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불안함, 초조감, 긴장감 등을 완화하고 건전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이외수 씨는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악성 댓글 관련 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일부에서는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어떤 일이든 자정 작용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도가 지나치게 되면 여러 비극적 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다”면서도 “지금도 어느 정도 제재 장치가 있으니 법 제정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인터넷상에서 ‘선플’을 권장하는 물결이 발생해야 옳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들에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며 악플러들이 개선되는 것을 봐왔다는 이외수 씨는 “내 인생도 늘 구설수였고 안티도 많다. 악성 댓글을 보면 안타깝고 가슴이 미어질 때도 있지만 어른들이 나서서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 조언을 해줘야 한다”며 “나 혼자하기에는 벅차다. 많은 분들이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은 나쁘다’, ‘순간적 쾌감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고 함께 말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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