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리세'... 첼시, 리버풀 자책골로 기사회생

  • 등록 2008-04-23 오전 11:20:51

    수정 2008-04-23 오후 12:30:59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아브람 그란트 첼시 감독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사퇴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첼시는 23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앤필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리버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전반 43분 디르크 카윗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인저리 타임 때 나온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오는 31일 홈에서 2차전을 갖는 첼시는 이로써 결승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첼시는 올 시즌 홈 구장인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을 만큼 홈 경기에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 물러난 조제 무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 사령탑을 맡았으나 시즌 내내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함량 미달’로 평가받으며 사퇴 압력에 시달렸던 그란트 감독으로선 회생의 희망을 발견한 셈이다.

그란트 감독은 홈에서 리버풀을 제칠 경우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그의 고국인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자신의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벌이는 장면을 흐뭇하게 지켜 볼 수 있도록 하는 선물을 선사할 수 있다. 다음 시즌에도 첼시를 이끌 확률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란트 감독은 경기 후“원정 경기에서 얻은 골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결승 무대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첼시는 이날 기사회생했다. 챔피언스리그에 특히 강한 리버풀에게 전반 43분 선제골을 내준 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리드당해 패색이 짙었던 상황. 이런 첼시를 리버풀의 미드필더 욘 아르네 리세가 구했다. 후반 17분 파비오 아우렐리오 대신 교체 투입된 리세는 추가 시간까지 끝나갈 무렵 첼시의 살로몬 칼루가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볼을 자기 골문 왼쪽 모서리에 꽂아 버렸다. 리버풀로선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경기후 리세를 탓하기 보다 ‘추가 시간을 너무 길게 줬다’는 이유로 오스트리아의 콘라드 플라우츠 심판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리세에 대해선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수를 비난할 수 없다”며 그를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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