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진은 지난 27일 뉴캐슬과 계약을 마무리짓기 위해 에이전트와 함께 영국으로 출국, 간단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뒤 입단 계약을 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29일 뉴캐슬 구단은 영국의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협상 결렬을 밝혔다.
이날 <스카이 스포츠>는 “조재진 및 그의 대리인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더 이상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기로 했다”는 익명의 뉴캐슬 구단 대변인의 말을 전하면서 ‘뉴캐슬이 조재진에게 보였던 관심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30일 현재 조재진의 에이전트사인 IFA(대표 김민재)와 뉴캐슬 구단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 영국 언론들도 조재진의 뉴캐슬행 불발 사실만을 단순하게 전했을 뿐이다.
▲납득하기 힘든 뉴캐슬행 불발 과정
하지만 지금까지 전해진 조재진측과 뉴캐슬의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뉴캐슬행 무산에 납득하기 힘든 점이 많다. 무엇보다 선수가 직접 현지로 떠나, 기량 점검을 위한 테스트가 아니라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 절차를 남겨 놓았을 경우에는 최종 계약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28일 IFA측은 “메디컬 테스트에 문제가 없으면 하루 이틀 내에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라며 “뉴캐슬과 연봉, 계약 기간 등 큰 틀에 대해선 이미 합의를 마쳤고, 세부 조건만 조율하면 된다”며 ‘빅딜 성사’를 기정사실화했다. IFA는 “조재진의 뉴캐슬행은 오랫동안 면밀하게 준비해 온 덕분에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협상이 결렬됐다면 IFA측이 밝힌 세부조건에 대한 조율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거나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뉴캐슬 구단도 조재진측과 협상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재진이 2007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이번 시즌까지 일본 J리그 시미즈에서 풀 시즌을 이상 없이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고, 연봉과 계약 기간까지 합의했다면 이후 협상에서 결렬될 요인은 많지 않다는 게 에이전트계의 분석이다.
▲복잡한 뉴캐슬 내부 사정 탓?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조재진측보다는 복잡한 뉴캐슬 구단 내부 문제 탓에 입단이 무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2007~2008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최근 경질위기에 몰려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23일 최하위 더비 카운티와 2-2로 비긴데 이어 26일 18위 위건에 0-1로 패했고, 29일에는 첼시에 1-2로 무너지는 등 뉴캐슬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경질론에 휘말려 있다.
현지 언론은 다음 달 6일 스토크와의 FA컵이 앨러다이스 감독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마틴 욜 전 토트넘 감독,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이자 뉴캐슬의 레전드인 앨런 시어러를 그의 후임으로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상이 이렇게 흔들리는 마당에 앨러다이스 감독이 새로운 선수 영입에 힘을 쓰기 힘들 터.
더욱이 앨러다이스 감독은 뉴캐슬 사령탑을 맡으면서 스페인 출신의 수비수 호세 엔리케를 630만파운드, 미드필더 조이 바턴을 580만 파운드를 들여 스카우트했으나 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선수 영입에 관한한 구단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처지였다. 조재진이 받을 연봉으로 알려진 80만 파운드(한화 약15억2000만원·세금포함)는 엔리케와 바턴에 비하면 헐값이다.
뉴캐슬 구단 입장에서도 감독을 경질할 경우 새로운 선수 영입 등 팀 리빌딩 작업은 신임 감독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와함께 주목할 수 있는 점은 영국 언론이 내놓은 겨울 이적 시장 전망이다. <인디펜던트>와 <타임스>지 등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의 겨울 이적 시장에서의 움직임을 예상하면서 뉴캐슬은 스트라이커 자원보다는 수비수와 미드필더 영입이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스카이 스포츠>도 조재진의 뉴캐슬행 무산 소식을 전하며 앨러다이스 감독의 주 관심사는 흔들리는 수비진과 창조성이 떨어지는 미드필드 강화라고 분석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가 관심을 보였던 마이클 오언의 잔류가 기대되는 것을 비롯, 마크 비두카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앨런 스미스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스트라이커 보강은 중요시하지 않았다.
결국 뉴캐슬이 마이클 오언의 맨체스터 시티행 가능성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할 나이지리아출신 골게터 오바페미 마르틴스의 공백 등을 우려, 조재진을 대안으로 고려하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조재진 카드를 접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단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영입 후보들을 접촉하던 뉴캐슬의 움직임에 조재진측이 순진하게 휘둘린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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