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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지난 달 영국의 ‘가디언’지가 진행한 한 인터넷 폴을 유심히 지켜봤다. ‘프리미어리그가 유럽에서 가장 강한 리그인가(Is the Premiership really the strongest league in Europe?)’를 묻는 폴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첼시, 리버풀 등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한꺼번에 진출, 프리미어리그의 위세를 한껏 떨치던 때였다.
결과가 의외였다. 처음에는 ‘그렇다’ 50% -‘아니다’ 50%로 팽팽하더니 최종적으로는 ‘그렇다’ 51%-‘아니다’ 49%로 나왔다.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라는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었다. 당초에는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초강세가 분명한 상황에서, 더욱이 영국인들이 주로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의견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성(맨유)을 비롯,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이동국(미들즈브러) 등 한국의 간판스타들이 활약하는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K리그에 못지 않게 한국 축구팬들에게 익숙하다. 그 수준 등에 대해 관심도 많다. TV로 생중계 되는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현란한 기량과 첼시의 톱니바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 등을 보면서 국내 팬들도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을 궁금해 했을 터. 나름 세계최고라고 평가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영국 현지 팬들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라는 반응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신문이 맨유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C 밀란에 잡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을 즈음 다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였다. 이때 질문은 ‘정말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인가(Is the Premiership really the best league in Europe?)’. 결과는 더 신선했다. 참여자의 73%가 ’NO'에 표를 던졌고, 27%만이 ‘YES'라고 했다.
‘가디언’의 인터넷 폴을 이야기한 것은 프리미어리그의 위상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국 축구팬들이 보여주는 그들 리그에 대한 냉정한 평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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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영국인, 축구 종주국으로서 축구 열기 또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영국의 축구팬들이지만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할 줄 아는구나하고 느꼈다. 인터넷의 속성상 여타 유럽인이나 한국 등 아시아 축구팬들도 참여했겠지만 폴의 주체를 따지면 참여자의 주류는 영국 축구팬이었을 것이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영국의 ‘스카이 스포츠’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 후 발표하는 선수 평점이 있다.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이후 국내 언론들도 매 경기가 끝난 뒤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날 선수의 플레이를 점수로 나타낸다. 흥미로운 부문은 ‘스카이 스포츠’ 평점과 나란히 놓여 있는 네티즌들이 직접 평가하는 코너(Your Rating)다. 일종의 네티즌의 의견을 받는 곳이다.
지난 6일 이동국(미들즈브러)이 시즌 두 번째로 선발 출전했던 위건전 직후에도 평점이 발표됐다. 이날 ‘스카이스포츠’는 이동국에게 ‘훌륭하지 못했다’는 촌평과 함께 평점 5를 줬다.
(5점은 평균 이하 플레이(Below Average) 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의 평점 시스템에서 6점은 평균(Average), 7점은 ‘좋았다’ (Good), 8점은 매우 좋았다(Very Good), 9점은 훌륭했다(Excellent), 만점인 10점은 최고였다(Out of this world)를 뜻하고 5점 아래에는 보잘 것 없었다(poor)’는 수준의 4점이 있다.)
이때 네티즌들이 직접 매긴 이동국의 평점은 8.2였다. 미들즈브러에서 네티즌들로부터 이동국보다 높은 평점을 받은 선수는 에마뉴엘 포가테츠로 8.4. 그도 스카이 스포츠 평점은 평균인 6이었다.
경험상 이동국 뿐만 아니라 박지성 이영표 등의 경기 후에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대부분 ‘스카이 스포츠’ 평점보다 월등하게 높다. 하지만 그 네티즌의 힘이 그다지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스카이 스포츠’ 평점 자체도 주관과 편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들의 평점과 네티즌의 그것이 이렇게 차이가 날 때는 오히려 허허롭다..
우리 선수들이 잘 뛰고, 높은 평가를 받아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평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재미로 또는 바람을 담아 평점을 줄수는 있겠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스스로 전문가라는 마음을 가지고 냉정하게 평가를 해 보고, 그 결과를 스카이 스포츠의 그것과 비교해 보는 게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높이 평가한다고, 그쪽에서 높이 봐주지는 않는다.
눈길을 끌었던 또 한가지 결과가 있었다. 10일 맨유-첼시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가진 중국의 덩팡저우(맨유)에게 ‘스카이스포츠’는 ‘잊고 싶은 데뷔전’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평점 5를 줬다. ‘Your Rating' 코너의 평점도 5. 3이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한국 못지않게 바람을 몰고 다니는 중국 네티즌들은 그렇게 극성스럽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코너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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