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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을 직접 관전한 뒤 약 29년 4월 22일 만에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 개회식을 다시 본다. 그때는 철없던 중학교 1학년이었지만 지금은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체육기자로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한다.
‘한국에서 두 번째 올리는 올림픽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회식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에 자리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두 번째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을 찾기 위해 KTX 경강선을 타고 진부(오대산)역에서 내렸다. 진부역은 경강선 평창역과 강릉역 중간에 있다. 예전에는 이곳을 찾는데 기차를 타고 5시간 이상 걸렸다. 차로 이동하려면 대관령 산길을 한참이나 넘어야 했다.
다 옛말이다. 서울(청량리역 기준)에서 진부역까지 1시간 20분이면 충분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진부역까지도 1시간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서울에서도 당일치기로 평창 올림픽의 열기와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을 향하는 길. 서울올림픽 개회식만큼이나 가슴 떨린다. 진부역에서 내려 관중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는 대관령 환승주차장과 횡계시외버스터미널 등 주요 거점에서도 탈 수 있다. 평창 올림픽 기간 서울과 평창·강릉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 또한 이용할 수 있다.
개회식장까지 가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다. 강원도 시골 풍경 그대로다. 올림픽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됐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올림픽플라자까지 약 160m 구간은 세 갈래 길로 나뉜다. 문화의 거리, 축제의 거리, 은하수 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문화의 거리는 동계올림픽 역사, 대관령 풍경 등 총 47점의 벽화로 꾸며졌다. 축제의 거리는 조명과 무대를 설치해 각종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은하수 거리는 형형색색의 아치 터널형 조명과 쉼터가 있다.
개회식장 입장은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됐다. 깐깐한 보안검사는 필수다. 경찰 200여명이 보안검사를 위해 투입됐다. 입장을 기다리는 수 천명이 1km 가까이 길게 줄서있다.
올림픽은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이 정해져 있다. 폭발 우려가 있는 발화성 물질은 물론 외부 음식물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심지어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담고 들어가는 것도 금지다. 상업적·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나 의류 역시 반입 금지다.
개회식은 오후 8시 시작되지만 식전 행사는 오후 7시에 막을 올렸다. 긴 기다림 끝에 올림픽스타디움 안으로 들어왔다. 외곽에 방풍막을 설치한 덕분에 밖에 있을 때보다는 체감 추위가 조금 덜했다. 난방 쉼터(18개소)와 관람객용 대형 히터(40개)도 관람객이 추위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방한용품 세트를 받았다. 판초우의, 무릎 담요, 핫팩방석, 손핫팩, 발핫팩, 방한모자 등 6종류가 세트다. 여기에 용품들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도 포함된다. 무릎담요와 핫팩방석, 방한모자는 평창 올림픽 로고를 새겨넣어 기념품으로서 가치도 충분하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식전공연에 이어 오후 8시부터 본격적인 개회식이 시작된다. 개회식은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이라는 주제에 맞춰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한국의 전통문화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바탕으로 3000여명의 출연진이 겨울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가장 마지막 순간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공동 입장이 펼쳐진다.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 간판스타 원윤종과 북한 여성 선수가 함께 기수로 나서 전 세계에 감동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3만2000여 관중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개회식에 함께 자리한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각국에서 온 16개국 해외 정상급 귀빈도 함께 일어나 남북 선수단을 열렬히 환영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와 성화점화 방식도 마침내 공개됐다. ’평화올림픽‘이라는 슬로건 답게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성화 최종 주자를 맡았다. 달 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 성화가 타오르는 순간 개회식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2시간여의 공식 개회식이 끝나니 오후 10시가 훨씬 넘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다시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긴 줄이 만들어졌다. 1km 정도 거리에 떨어진 횡계터미널까지 걸어가는 일부 관중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래서 더욱 기다렸던 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대한민국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시작됐다.
<편집자 주> 미리 보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