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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아들이 암 치료를 받을 때 모발이 많이 빠지거든요. 머리카락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을 위해 가발이 필요한데 나일론보다 인모가 좋아 기증을 받는다고 해서 동참하고 있죠.”
김채연은 머리를 길렀다가 자르기를 반복하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김채연은 “여학생들이 머리를 기르다 중, 고교에 진학하면서 단발로 잘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기증을 많이 한다”며 “여러 사람이 많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참을 했다”고 덧붙였다.
기증을 위해서는 25cm 이상 길러야 하고 그 기간 모발에 파마, 염색 등 화학약품 처리를 하면 안된다. 여자 연기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추억을 남기고 싶은데 혼자 글을 써서 남기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안채워질 때가 있더라고요. ‘머리를 이 만큼 기르는 동안 많은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 나는 왜 정리를 못하고 있지?’라고 고민하다 머리카락을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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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CF로 데뷔, 이후 연기자로 활동하다 중단한 뒤 파티스타일리스트 일을 시작했다. 사업가로 나름 성공적인 길을 걸었다. 지난해부터는 드라마 ‘지성이면 감천’, ‘네일샵 파리스’, ‘환상거탑’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활동도 재개했다. 기부도 좋지만 자신을 혹사한다고 생각될 만큼 활동이 많았다. 1977년생으로 올해 37세다. ‘그래서 언제 연애는 하겠느냐.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고 묻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4년 간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예전에 하늘나라로 갔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팠던 사람이었죠. 제게는 너무 소중했던 기억이었고 인생의 한 부분이라서 잃고 싶지 않았죠. 머리를 잘라 기증을 하게 된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떠나고 제게 유일하게 위로가 된 게 사람이 아닌 동물이었죠. 동물의 체온, 동물과의 교감이 제 생명을 구한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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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연기활동을 안했지만 신기할 만큼 출연 제의는 꾸준히 왔다. ‘돌아가면 잘 할 수 있을까? 제의를 해준 분들에게 실망을 주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에 수락하지 못했다. 그러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그런 걸 마다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과거부터 친분이 있던 드라마 연출자로부터 출연 얘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당시 연출자가 ‘어디 갔다 왔느냐’며 반갑게 맞아줬고 김채연은 선뜻 복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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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스타일리스트도 자신의 감각을 파티의 목적, 형태에 맞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연기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연기활동을 하면서 공백기에는 사업에 신경을 쓰는 등 두 가지 일을 병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드라마 종영 후 1년여 동안 다시 사업에 전념해왔다.
“10년 동안 다른 세상을 보고 온 게 제게는 너무 큰 경험이고 재산이었어요. 돈만 생각했다면 그러지 못했겠죠. 돈도 중요하지만 무슨 일이든 내 얼굴을 걸고 해야 하는데 그 가치가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마음 가는 일에 의미를 두고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