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를, "단어를 잇는 조사 '를'처럼, 사람의 마음 잇고 싶다"

알렉스 2집 '미쳐보려 해도 난' 등의 작곡가 출신 가수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ㅁ'으로 출사표
  • 등록 2013-02-05 오전 10:57:16

    수정 2013-02-05 오전 10:57:16

싱어송라이터 가수 를.(사진=고규대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는 게 쉽지 않아요.”

신인 가수 를은 조사 ‘를’로 예명을 지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듯 노래인 듯 말인 듯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싶단다. 데뷔 앨범의 재킷 사진 사진도 ‘를’을 형상화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를’의 모음과 자음은 가느다란 사다리로 이리저리 얽혀 있다.

가수 를의 데뷔 앨범 재킷.(사진=팩토리디오나인 제공)
“조사라는 게 특별한 의미가 있잖아요. 그 자체로는 생존할 수 없어요. 하지만 말을 만들어낼 때는 중요한 역할을 하죠.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데뷔 앨범에는 ‘허리를 감아’, ‘ㅁ’, ‘끝과 끝’, ‘이 노래를 그대가 들을 수 있다면’ 등 4곡이 실려 있다. 이 앨범은 네이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추천 ‘이 주의 앨범’에 선정되기도 했다.

타이틀곡은 ‘ㅁ’. 노래 한 곡에 다양한 변주와 오르내리는 호흡이 담겨 있다. 악기와 목소리는 서로 얽혀있는 듯 함께 어울리다가도 어느 한순간 서로가 없이 홀로 소리를 낸다. 화성이 파괴된 부분도 있고, 두 마디 단위로 장르가 바뀌기도 한다. 마치 미술사조로 말하면 초현실주의 같다. ‘ㅁ’은 상자 안에서 갇혀서 빠져나올 수 없는 감정, 그 감정이 돌고 돈다는 것을 표현했다는 게 를의 말이다.

자칫 이미지로만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를은 피카소의 작품 ‘우는 여자’를 예로 들었다.기괴하지만 이해만 된다면 어느 그림이나 이미지보다 강렬하다. 자신의 예명이나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을 도형화한 것도 같은 의미다.

“다행히 듣는 분들은 아주 편안한 곡이라고 평가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제 음악을 평범한 팝 음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프로그레시브로 분류하기도 하지만요. 사실 장르라는 건, 하나의 틀일 뿐이잖아요.”

를은 올해 나이 31세다. 대학 시절 교내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노래와 작곡으로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데뷔 앨범은 내기 전에는 세션과 작곡에 몰두했다. 2011년에 발표된 알렉스 2집 ‘미쳐보려 해도 난’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신인가수지만 제 나름의 꿈이 있어요. 제가 생각한 작업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기는 게 목표예요. 어려울 수 있겠죠. 다행히 예전 작곡한 곡을 공감해주는 이가 많아서 희망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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