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같은 신스틸러 `적도의 여자`들(인터뷰)

종영한 KBS2 `적도의 남자`에서 열연한 배우 임정은·이보영
  • 등록 2012-06-18 오전 9:19:36

    수정 2012-06-18 오전 10:43:24

▲ 배우 임정은(사진 왼쪽)과 이보영(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흑과 백. 극과 극은 공존할 때 짜릿하다. 영화 `블랙스완`은 발레리나의 탐욕과 순수함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전율을 선사했다. 이 불편한 동거에 집중한 드라마가 바로 KBS2 `적도의 남자`였다. 파괴적인 최수미(임정은 분)와 치유의 상징인 한지원(이보영 분). 두 캐릭터의 보이지 않은 대립은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끌었다. 김선우(엄태웅 분)와 이장일(이준혁 분)의 치열함과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한 자양분도 두 여배우 캐릭터였다. 정반대의 방법으로 드라마를 이끈 두 `적도의 여자`. `흑조` 임정은(31)과 `백조` 이보영(33)이 털어놓은 뒷얘기.
▲ 배우 임정은
◇임정은 "과연 잘할 수 있을 까란 우려의 시선에 위축도"·"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최수미는 욕망에 너무나 충실한 캐릭터였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친구인 김선우를 배신했다. 자신의 사랑을 이장일이 받아주지 않자 그의 약점을 헤집어 무릎을 꿇게 하기도 했다. 욕망에 사로잡힌 악녀. 최수미는 내게 도전이었다. 데뷔 10년 만의 첫 악역이었다. 그래서 "과연 임정은이 잘할 수 있을까"라며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가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도 아니었고 이미지가 강한 배우도 아니었잖나. 주위 사람들의 걱정 속에 심리적 부담과 압박도 적지 않았다. 그때 용기를 준 분이 김인영 작가였다. 잘할 수 있다는 격려뿐 아니라 내 기존 선한 이미지 때문에 더 반전 매력을 줄 수 있다고 다독여줬다. 최수미로 인해 연구를 많이 했다. 이럴 때 과도한 욕심은 독이 될 것 같아 최수미를 오히려 덤덤하게 표현하려 했다. 싸늘하면서 냉소적이고 그 뒤에 숨은 외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최수미를 통해 격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욕도 하고 이렇게 센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너무 격한 캐릭터다 보니 엄태웅에게 촬영하다 맞는 신도 여럿이었다. 멍이 든 적도 있다. 두려움은 없었다. 그간 새로운 걸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 뭐든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방송 내내 내 연기를 의심했다. `본능적으로 가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놓고서도 끊임없이 모니터링했다. 나도 `나 맞아?`라는 식으로 놀란 적도 있다. 시청자 중에도 `최수미가 임정은이었어?`라고 놀라는 분이 꽤 많더라. `적도의 남자`를 끝내고 나니 더 과감해진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 도전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도 생겼다. 이번에는 코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솔직히 악역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날 잘 아니까.(웃음) 내가 단순하면서 엉뚱한 구석이 좀 있다. 남 시선 신경 잘 안 쓰고. MBC `하이킥` 시리즈에서 엉뚱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적도의 남자` 처럼 드라마든 영화든 어떤 제작자분이 또 한 번의 모험을 내게 해줬으면 좋겠다.

못다 푼 `깨알수다` -청순한 이미지라고 많이들 얘기해준다.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다. 솔직한 편이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예민하고 그런 거 없다. 털털하다. 자연과 동화되는 걸 좋아한다. 산책을 즐긴다. 최근에는 친구와 신발 벗고 맨발로 산책도 했다. 애완견 이름도 `소풍`이다. 내 마음 속에 동심이 있는 것 같다. 아이처럼 살고 싶다.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주의다. 최근에 절에 가서 회사 식구들 위해 기도도 했다. -남자친구가 있다면 내가 연기한 수미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겠냐고? 하하하. 남자 친구 없다. 결혼은 빨리 하고 싶다. 아이를 워낙 좋아해서.
▲ 이보영
◇이보영 "한지원이 밋밋? 자연스러움을 봐 달라"·"변화? 천천히 기다릴 생각"

한지원은 `적도의 남자`에서 평범한 캐릭터다. 아버지를 여읜 소녀가장이지만 구김살 없는 한지원. 그는 `적도의 남자` 속 관찰자였다. 극 중 김선우와 이장일을 지켜봤고 그들의 눈과 귀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누군가의 옆에 실재할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살리려 노력했다. 상대방의 연기에 과장된 표정으로 받지 않으려고 했고 말투나 행동도 힘을 빼려 했다. 화장도 거의 안 했다. 물론 김선우 이장일 최수미와 비교하면 밋밋한 캐릭터일 수 있다. 아쉽지는 않다. 자기가 맡은 캐릭터의 색이 있는 거다. 한지원은 `적도의 남자`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캐릭터였다. 그래서 하는 내내 즐거웠다. 엄태웅과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주위에서 `엄태웅의 시각장애인 동공 연기`로 상대를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고 연기해야 해서 힘들지 않았냐고 많이 묻더라. 오히려 좋았다. 보기만 해도 힘들고 짝짝이 양말을 신은 김선우를 보고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김선우와의 옛사랑 회상장면을 찍고 감정이 올라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지원과 김선우의 재회 마지막 촬영 때도 먹먹하더라. `적도의 남자`는 배우로서 자극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호흡을 가다듬는 계기도 됐다. 자연스러움이 배우로서 내게 맞는 옷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들은 `서동요` 속 선화로 나를 주로 기억한다. 더러는 캐릭터 변화의 아쉬움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리대로 천천히 기다리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래서 난 꾸준히 다작하며 그 길을 탐색할 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좋다. 8월까지는 여행도 다니고 좀 쉴 생각이다.

못다 푼 `깨알수다` -엄태웅은 사랑받고 자란 막내같다. 애교도 많더라. 여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적도의 남자`에서 시각장애인 김선일을 위해 책을 낭독했다. 그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았던 모양이다.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한 회사에서 드라마 끝난 후 소설 `노인과 바다` 오디오북 제작 제의가 들어왔다. -친한 사람과 있으면 장난도 잘 친다. `적도의 남자` 찍고 발리로 화보 촬영을 갔다 팔에 멍만 들었다. 같이 간 회사 사람들과 수중 기마전을 한 후유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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