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본즈는 홈런왕일까 아닐까

  • 등록 2009-06-18 오전 10:41:33

    수정 2009-06-18 오전 10:49:47

▲ 배리 본즈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새미 소사(전 시카고 컵스)도 많은 사람들의 관측대로 현역 시절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최고의 홈런 타자들은 대부분 스테로이드 추문에 연루되었다.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 마크 맥과이어(전 세이트루이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가 ‘진정한 홈런킹’이 아니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통산 617홈런(한국시간 18일 현재)을 기록해 통산 홈런 5위에 올라 있는 그리피는 아직까지 한 번도 스테로이드 스캔들과 관련된 의혹을 받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762홈런을 날린 배리 본즈보다 그리피가 더 홈런 킹 자격이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야구팬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배리 본즈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를 지칭하는 이른바 ‘스테로이드 시대’의 홈런왕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하다.

ESPN 홈페이지가 자사 소속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 7명에게 물은 바에 따르면, 피터 개몬스를 비롯한 6명이 ‘배리 본즈가 홈런 킹 자격이 있다.’라고 답했다. 그리피를 홈런 킹으로 꼽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배리 본즈를 홈런 킹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근거는 다양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는, 어쨌든 그가 홈런을 가장 많이 쳤다는 것이다. 키스 로는 “아직까지 스테로이드나 다른 금지 약물이 홈런을 많이 때려내게 한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온 바 없다. 그렇다면 홈런을 가장 많이 날린 타자를 홈런왕으로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개몬스도 “아직까지 우리는 스테로이드 시대에 벌어진 일들의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본즈가 통산 홈런 1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거들었다. 짐 케이플은 “본즈를 야구장에서 뛰게 했으면, 그가 올린 성적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두 번째는, 역설적으로 배리 본즈가 불명예스런 존재이기 때문에 불명예스런 시대인 ‘스테로이드 시대’의 홈런왕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리 크라스닉은 “스테로이드 시대의 홈런왕으로는 당연히 스테로이드를 실제로 사용한 사람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몸을 거대하게 불린 ‘움직이는 의문 부호’보다 더 스테로이드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에 적합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비꼬았다.

하워드 브라이언트도 “배리 본즈는 스테로이드 시대를 앞에서 이끌었다. 모두가 그의 뒤를 따랐고, 그래서 부자가 되었다. 본즈가 그 시대의 홈런왕이다.”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는, 그리피라고해서 스테로이드 추문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케이플은 “스테로이드가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아직까지 스테로이드와 관련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약물 문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성적으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롭 네이어만이 그리피를 홈런왕으로 꼽았다. ‘선수 생활 내내 약물 문제로부터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네이어가 적시한 이유였다.

배리 본즈는 메이저리그가 안고 가야할 가장 큰 혹이 되고 있다. ESPN 칼럼니스트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단순히 그를 기억과 기록에서 지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쌓아놓은 산이 어쨌든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막막한 지경에 놓여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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