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유럽을 대표하는 두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사이에서 펼쳐진 ‘호날두 전쟁’이 결국 원 소속팀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맨유)는 지난 7일 포르투갈 일간지 '푸블리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서는 맨유에 잔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임을 깨달았다”며 “최소 1년 이상 팀을 위해 뛸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한때 레알 마드리드가 9000만유로(1400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이적료를 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적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결국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은 탄생하지 않았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호날두의 거취와 관련한 논란은 이제 끝났다”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사이 레알 마드리드측은 네덜란드 국가 대표 출신 미드필더 라파엘 반 데 바르트를 영입하는 등 전력보강을 위한 차선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축구계에는 현대판 노예들이 많이 있다”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발언과 맞물려 세계 축구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호날두 이적 사태가 두 달 여 만에 ‘해프닝’으로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소속팀 변경과 관련한 논란과 설전이 종료되었다고 해서 상황이 모두 잠잠해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맨유 클럽하우스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적협상이 답보상태에 머물던 무렵 호날두가 잇따라 내놓은 수위 높은 발언들이 이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적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 역시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행 포기를 선언하면서도 “맨유에 최소 1년 이상 머물겠다”고만 밝혀 언제든 다시금 소속팀 변경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장기 계약을 원한다”는 퍼거슨 감독의 발언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 역시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실제 스페인 언론들은 여전히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호날두에 대한 레알 마드리드의 러브콜이 시작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는데, 이 또한 ‘호날두의 마음은 이미 스페인으로 기울었다’는 판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올 시즌 잔류를 선택하면서 호날두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 20대 초반의 포르투갈 청년이 맨유에서 이뤄낸 업적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명실상부’ 팀의 간판이자 구심점으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를 통틀어 총 42골을 터뜨리며 리그 2연패와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역량을 확인한 퍼거슨 감독 또한 과감하게 루니의 득점 비중을 줄이는 대신 호날두의 역할을 확대하는 전술 운용으로 화답했다. 이적 파문과는 상관없이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인물로 발돋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2008-09시즌은 다를 수 있다. 특히나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조차 애정 어린 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압박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준수한 활약상을 이어간다면 비난의 강도를 조금씩이나마 낮춰갈 수 있겠지만 혹여 지난 시즌에 못 미치는 플레이에 그칠 경우, 또는 팀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엔 우선적으로 비난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
너무 일찍 세계 최고수 반열에 올라섰기에, 그리고 지난 시즌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성과를 이끌었기에 지금 호날두가 겪는 시련은 더욱 깊고 뼈아프다. 어느덧 전 세계 팬들이 인정하는 ‘젊은 황제’로 우뚝 선 1985년생 축구영웅은 갑작스레 찾아온 시련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올 시즌 유럽 리그 개막에 즈음해 관심을 갖고 지켜 볼 화두가 아닐 수 없다./<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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