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가 다시 시작됐지만 수준과 여건은 최악이다. 국가대표팀은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원정 경기를 갈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캄보디아에 '축구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이는 뜻밖에도 한국인이다. 전 여자축구대표팀 사령탑인 유기흥(60)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캄보디아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유 감독은 지난 25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캄보디아를 동남아 최고의 축구팀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유 감독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힘든 문제는 운동장에서 공이 똑바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라며 열악한 환경을 설명했다. 울퉁불퉁한 축구장, 훈련 장비와 자금의 부족 등은 유 감독이 넘어야할 과제들이다.
캄보디아 정부 대신 한국 기업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등 최악의 환경이지만 유 감독에게는 '자신감'이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게 '4강 신화'를 안겼던 것처럼,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캄보디아 축구를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흘러 넘친다.
유 감독이 캄보디아 축구 사령탑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국축구연구소의 김덕기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축구를 널리 보급하고, 국위선양을 한다는 차원에서도 유 감독의 도전은 긍정적"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축구불모지에 텃밭을 개간하고, 씨앗을 뿌리고 있는 유 감독. 세계 속으로 나아가 꿈을 키우는 그의 도전 정신만큼은 여느 젊은 지도자들을 훨씬 능가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