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은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구교환은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아끼던 동생 규남을 집요히 추격하는 현상 역을 맡아 이제훈과 쫓고 쫓기는 집요한 추격 액션을 펼친다.
구교환은 ‘탈주’의 품격과 개성을 높인 결정적 공신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력적인 추격자 캐릭터 ‘현상’을 완성해냈다. 날 때부터 흙수저로 군 전역 후에도 희망없는 삶이 예정된 규남과 달리 현상은 태생이 금수저, 성골인 자다. 규남과는 운전기사였던 규남의 아버지가 모셨던 군 장성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질긴 인연을 보유하고 있다. 규남을 친동생처럼 아끼는 듯하다가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규남의 주인이 된 듯 그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며 놔주지 않으려는 현상의 복잡한 내면을 구교환은 섬세하고 긴장감있게 그렸다. 단순하고 기능적인 추격자의 기능을 넘어서 규남을 집요히 쫓으며 자신도 모르게 내면의 탈주, 혼란을 겪는 현상의 캐릭터 서사가 매력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온다.
이종필 감독은 이제훈의 강력 추천으로 구교환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처음 대본 단계에선 다소 단순했던 ‘현상’의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각색했다고 털어놓기도.
구교환은 이에 대해 “이제훈 배우님만큼 평소 이종필 감독님에 대한 애정 역시 갖고 있다. 이종필 감독님 2008년 필모그래피부터 꾸준히 지켜봐왔던 사람”이라며 “그래서 ‘탈주’의 현상 역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이분과 작업하는 게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쏟아지는 자신의 연기를 향한 세간의 극찬에 대해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구교환은 “영화를 볼 땐 항상 최대한 내 자신이 ‘이 영화를 처음 본다’는 생각으로 최면을 하듯 관람하는 편”이라며 “모든 배우들이라면 본인이 연기한 장면을 보는 게 쑥스러운 과정인데 자신은 그 강도가 굉장히 심한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거리를 둔 상태에서 영화를 봤다. ‘내가 언제 나오지’란 생각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한 관객처럼 영화의 흐름 자체를 따라가려 노력했다”고 떠올렸다.
자신이 연기한 현상이란 캐릭터의 감정선 역시 관객들을 위해 열어두고 싶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현상은 현상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란 너스레로 웃음을 안기면서도, “제가 역할을 표현하는데 있어 중요히 생각하는 부분인데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고, 드라마가 채널에 올라오면 그때부터 그 감상은 오롯이 관객들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의도를 제 입으로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느끼는 감상이 다른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영화의 캐릭터가 표현한 감정이 ‘이런 것이었다’고 단정지어 표현하는 행위를 지양하려 한다. 관객들이 보시는 현상 그대로 자유롭게 해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작품 속 시점 이전의) 어떤 에피소드들을 만들며 연기하는 건 아니다. 여러 가능성과 유니버스를 열어두고 생각하며 상상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고도 부연했다.
현상과 규남의 관계성에 대해선 “현상 입장에선 규남이 부러웠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그렇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도착점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 건강한 자극과 부러움이 생기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현상은 부러움에서 더 나아가 그걸 막으려고까지 한 것이고 말이다”라고 힌트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배우의 연기는 현상을 던져주는 것일 뿐, 그 현상의 의미를 정의내리는 직업까진 아닌 것 같다”며 “저는 그저 소스를 제공할 뿐이다. 이 현상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연기하며 취한 제스처나 동선 등을 딱딱 떨어지게 의도해서 만든 적도 없다. 캐릭터로서 만들어낸 감정을 정의하고 싶지도 정의내리고 싶지도 않다”는 굳건한 소신을 덧붙였다.
‘탈주’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