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주말 북미에서 동시 개봉한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와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미국 극장가를 강타 중이다. 각각 박스오피스 1위, 2위를 나란히 차지, ‘바벤하이머’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관객들 사이에서 ‘동시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두 작품의 동시 관람을 독려하며 동반 흥행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7’의 톰 크루즈가 ‘오펜하이머’와 ‘바비’를 모두 관람할 것이라고 예고한 한편,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킬리언 머피가 경쟁작인 ‘바비’를 꼭 극장에서 볼 것이라고 밝히며 선의의 경쟁을 몸소 실천했다. 덕분에 ‘바비’는 개봉 첫날인 21일 하루에만 북미에서 705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올해 북미 최고의 오프닝 수익이자, 여성 감독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의 성적이다. ‘오펜하이머’ 역시 ‘바비’엔 못 미쳤지만, 첫날 3300만 달러, 주말 8050억 달러로 전작과 비교해 기대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호평이다. 오죽하면 백악관에서도 ‘바벤하이머’를 보았냐는 질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올해는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팬덤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 외화의 득세에 밀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영화 위기론’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한 상황이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3’를 제외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은 올해 개봉작이 없기 때문. 힘든 상황 속 ‘범죄도시3’가 거둔 기적을 ‘빅4’가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쟁에 임하는 ‘빅4’ 주역들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팍팍해진 파이 경쟁, 흥행 스코어를 걱정하기보단, 모두가 같은 ‘영화인’의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의 작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내 작품이 아니더라도 올 여름 개봉할 어떤 한국 영화라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할 수 있길, 이를 통해 침체된 극장가가 선순환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는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최근 열린 ‘밀수’와 ‘비공식작전’, ‘더 문’의 언론 배급/VIP 시사회에는 기존보다 2~3배 이상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 그 어느 때보다 극장이 붐벼 눈길을 끌었다.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은 자신과 같은 날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이던 ‘밀수’ 김혜수를 직접 찾아가 응원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고 모두 다 같이 잘 되자며 덕담을 주고 받는 풍경이 훈훈함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밀수’ 조인성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절친인 후배 도경수가 주연을 맡은 ‘더 문’을 응원하기도 했다. 당시 조인성은 “나는 경수를 사랑한다. ‘밀수’도 ‘밀수’지만 도경수가 나온 ‘더 문’도 잘되어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은 “한동안 위축된 한국 영화가 올 여름 개봉 열기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포털 사이트로 영화 소식을 접하는 사람으로서, 포털 사이트에 영화 관련 뉴스가 한동안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요즘은 다시 영화 뉴스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긴장은 되지만 나에겐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미국의 ‘바벤하이머’처럼 ‘밀수’를 기점으로 한국영화 ‘빅4’가 모두 함께 미소 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