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듯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아부은 청춘들의 싱그러움과 진정성이 일군 기적. 10년 전 부산의 한 고등학교 농구부가 실제로 이룬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를 영화로 담았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각본없는 드라마’로서 스포츠 영화의 미덕을 오롯이 살린 연출, 실제와 99% 가까운 배우들과 배경의 싱크로율은 덤이다. 다소 지루한 초반 서사, 스포츠 성장만화에서 흔히 쓰는 클리셰가 관측되는 아쉬움은 있다. 연출 역시 일부 유치하고 촌스러운 지점이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사랑스럽다. 뻔뻔하지만 밉지 않은 주인공의 행동과 중간중간 드러나는 대사의 재치까지. 이 영화는 어딘가 장항준 감독을 닮았다.
영화는 한때 전국 고교 농구 대회 MVP까지 올랐던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 요원 ‘강양현’(안재홍 분)이 모교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부임하면서 시작을 연다. 양현의 임무는 한때 이름을 날렸지만 이후 한 번도 1승을 거두지 못해 문을 닫게 생긴 농구부를 뒤탈이 나지 않게 허울만 유지하는 것. 농구선수는 접었지만, 그 시절에 대한 기억과 농구의 꿈을 버리지 않은 양현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 농구부를 재건하고자 선수 모집에 직접 나선다. 그렇게 나선 길거리 캐스팅.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으나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분), 발목을 다친 뒤 선수의 꿈을 접고 내기 농구를 전전하는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분),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 센터 순규(김택 분), 길거리 농구만 해본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분)를 우여곡절 끝에 모았다. 훈련도, 인원도 부족했지만 어떻게든 이들을 데리고 전국대회에 참가한다. 양현은 오랜만에 대회에서 만난 농구판 선배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고 싶어 아이들을 가차없이 몰아세웠다. 하지만 첫 경기 상대로 고교 농구 최강팀인 용산고를 만나 최악의 몰수패를 당했다. 코치로서 자신의 역량부족과 엉망인 팀워크 등 치부와 상처만 확인한 채 첫 대회가 막을 내렸다. 설상가상 심사위원을 다치게 해 6개월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고 농구부는 사실상 폐부 상태에 놓인다. 양현은 자신의 성급함과 과욕이 농구를 꿈꾼 아이들의 미래를 망쳤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처절한 반성 끝에 자신의 선수 시절 영상과 일기를 보고 각성한 양현은 아이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린다. ‘내가 먼저 바뀌겠다’며 다시 농구의 꿈을 꿔보자고 손길을 건넨다.
‘리바운드’는 농구 경기에서 슛을 한 공이 바스켓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아 튕겨나갔을 경우, 이를 다시 붙잡아 골대에 넣는 기술이다. 제대로 된 슛 기회를 노친 처음 실수를 다시 한 번 만회할 수 있는 회심과 희망의 기술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리바운드’인 이유다.
6개월간 서로의 상처와 약점을 보듬고 ‘전우애’로 똘똘 뭉친 중앙고 루키즈는 예선부터 한 경기 한 경기마다 돌풍을 일으켰다. 교체인력이 없는 적은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전술로 위기마다 묘책을 발휘하는 이들의 활약상이 주먹을 쥔 손에 땀이 나게 할 정도다. 현직 농구 선수가 관람해도 무리가 없게끔 배우들의 제스처와 경기 장면 하나하나 공을 들인 장항준 감독의 연출과 실제 경기 장면 고증이 눈에 띈다. 농구 종목이 생소한 관객들도 진행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중계진의 해설 등 대사도 적극 활용했다.
중앙고 6인방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도 관전포인트다. 연기가 아닌, 실제 11년 전 부산중앙고 농구부 학생들의 영혼이 잠깐 깃든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한 명 한 명의 열연이 뛰어나다. 극 중 ‘규혁’을 연기한 정진운은 이 배역 소화를 위해 단종된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 및 손목밴드까지 구하는 노력을 펼쳤다고 한다. 이 영화가 그룹 2AM이 아닌 배우 정진운으로서 제대로 각인시킬 작품이 될 듯하다.
4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