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홍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 銀 이상호
전화, SNS로 국민 응원 이어져 감사
냉장고 업체 등에서 광고 섭외 쇄도
배추 홍보대사 있다면 당연히 할 것
  • 등록 2018-03-06 오전 6:49:04

    수정 2018-03-06 오전 8:02:40

‘배추보이’ 이상호가 지난달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후 배추로 만든 축하꽃을 들고 웃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좋은 취지라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이상호(23)는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이자 한국의 첫 설상 종목 메달리스트다. 그에겐 지금이 인생에 가장 바쁜 시기다. 인터뷰와 방송 관련 문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이 온다. 최근에는 이틀 동안 식사 한 끼도 제대로 못하고 일정을 소화할 때도 있다. 그는 5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도 행사 중에 어렵게 시간을 냈다며 “너무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행복하다”며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전화만 수십 통이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신저로 오는 응원 메시지도 인스타그램에만 100개 넘게 온다”며 “웬만해선 모든 메시지에 답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도 서울에서 아침 6시에 나왔다”며 “아마도 12시 넘어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상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스노보드를 접했다. 강원도 정선군 출신인 그는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4강에 한 번도 들지 못하다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집념을 보여줬다.

설상 종목은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 참가 경비와 훈련비 등으로 선수가 부담하는 금액이 만만치 않다. 이상호의 부모님도 지금의 그를 만들기까지 소위 ‘맞벌이’ 생활을 쉰 적이 없다. 이상호 아버지는 면사무소에서, 어머니는 호텔 객실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상호는 거의 모든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님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상호도 부모님 생각에 훈련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곤 여느 대학생들처럼 소액의 용돈을 받아 생활한다.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지만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금메달 꿈을 위해선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 현재 그의 ‘배추보이’ 이미지와 어울리는 냉장고 업체 등에서 광고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에겐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 드릴 소중한 기회다.

이상호는 “‘배추보이’는 내게 뜻깊은 별명이다”라며 “배추가 유명한 곳에서 홍보대사를 원하시면 당연히 할 것이고 다른 곳에서 불러주셔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따 김연아 선수처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스노보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상호는 오는 15일 대표팀 소집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시 본격적인 일정이 재개하는 4월 말까지 개인 시간을 갖고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예정이다. 이상호는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었다. 바리스타 공부를 해볼까 한다”며 “또 동물을 좋아하는데 비염이 심해 집에서 키우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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