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남류야 어남류.”
“박보검이 남편이었으면 좋겠는데, 류준열이겠지?”
“그러니까 어남류라고 빙시나~”
“어남류가 뭔데 빙시나.”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고 빙시나.”
“나도 알아 빙시나.”
갓 짠 젖소의 우유를 먹여야 할 것만 같은 순진무구한 청년, 쌍문동 골목의 천연기념물 택(박보검 분)이가 “나 덕선이 좋아해, 친구 말고 여자로”라고 고백했다. 우정을 생각하자니 머리가 무겁고, 사랑을 놓치자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환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는데, 그럼에도 시청자는 무한 지지를 보내준다. ‘응답하라 1988’이란 바다엔 ‘어남류’가 흐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기류를 두고 “의미가 희석되는 일”이라는 아쉬운 목소리도 내는 분위기다. 결국엔 남편이 류준열이라고 해도, 20부작 드라마가 반도 방송되지 않았을 때부터 피드백이 한 쪽으로 치우친 현상은 달갑지 않은 측면도 있다는 것.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어남류’라는 분위기 또한 시청자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다수의 공감을 얻은 결과일 것이다”며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어차피 기획의도는 남편찾기’가 아닌 이상 ‘어남류’ 또한 큰 의미가 없지 않나”고 전했다.
실제로 ‘응답하라 1988’의 이우정 작가는 남편 찾기 코드에 매달려있지 않다고 알려졌다. 그 조차 남편을 누구로 정해두지 않았을 뿐더러 누가 남편이 돼야 한다는 지향점도 뚜렷하지 않다고 전해졌다.
|
다만 이 작가가 ‘응답하라 1988’의 대본을 쓰는 과정에서 신경쓰는 부분은 ‘에피소드’다. 부모와 자식, 엄마와 아빠, 엄마와 그의 엄마, 아빠와 그의 엄마, 이런 식의 가족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응답하라 1988’에서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신을 꼽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일화가 딸 류혜영을 위해 빗속에서 오열한 신이나 김선영이 수화기 너머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터트리던 신이나 김성균이 생일 날만 되면 생각나는 엄마를 보고 싶어하던 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작가가 고민하던 방향이 ‘응답하라 1988’에 잘 녹아들었고, 이 또한 시청자에게 준 감동이 컸다.
이 관계자는 “이 작가가 드라마 집필 전에도 동료, 후배들과 함께 그 시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 실화를 더 많이 수집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면서 “방송이 시작하고 나서도 그런 고민은 계속되는 분위기라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작가 본인도 1988년 당시 어린 10대였기 때문에 부모,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강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당시 엄마와 아빠가 어떤 대화를 하면서 살았는지, 자식들이 없을 때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그런 부분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해서 시간적으로도 할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답하라 1988’은 이우정 작가의 절대적인 힘에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신원호 PD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촬영부터 소품까지 많은 스태프의 노고가 실린 작품이지만 그 시대상을 밑그림부터 그려내야하는 이 작가의 공은 단연 압도적이다. ‘응답하라 1988’은 이제 반 끝냈다. 11일 ‘세 가지 예언’에선 라미란, 이일화, 김선영의 ‘학부모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다. 고경표와 류혜영의 비밀연애, 택의 마음을 알게 된 정환의 덕선 앓이 역시, 빼놓을 수 없을 에피소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