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처세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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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오랜만에 ‘B급’으로 공감하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고교처세왕’이 16일 베일을 벗었다. ‘고교처세왕’은 코믹 오피스 활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 드라마. 철없는 고등학생이 대기업 간부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아이스하키부 최전방 공격수이자 단순무지한 고교생 이민석이 고등학생 처세왕으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 ‘고교처세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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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내용+‘독특’ 캐릭터, B급 시너지
‘고교처세왕’은 소재의 독특함과 캐릭터의 특별함이 더해져 ‘B급 감성’을 자극했다. 회사의 조직원간 암투부터 여직원 간 미묘한 신경전 등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시너지로 살려낸 점이 눈길을 끌었다. 내용으로 공감대를 넓히고 현실적이지만 현실에선 찾기 힘든 과한 캐릭터 포장으로 흥미를 더했다.
이러한 ‘고교처세왕’의 스타일은 tvN의 히트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7’(2012)과 MBC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2007)의 면면과 닮아있다. ‘응답하라 1997’은 ‘고교처세왕’의 서인국이 주연했던 작품이고, ‘메리대구 공방전’은 ‘고교처세왕’의 이하나가 열연했던 작품이라 세 드라마 사이의 묘한 평행이론이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 ‘고교처세왕’ 첫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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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의 따뜻함+스타일 재연
‘고교처세왕’의 이민석은 생김새가 꼭 닮은 형에 대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실질적인 가장이자 가정주부이기도 한 아버지 밑에서 바르게 자랐다. 트러블 메이커로 통하기도 하지만 학교에선 인기 많은 남학생이다. ‘껌딱지’처럼 붙는 자칭 애인도 있고, 그를 추종하는 ‘빠순이’들이 있다. ‘응답하라 1997’ 특유의 따뜻한 정서와 빠순이 문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안긴 빛바랜 화면 색채 등이 ‘고교처세왕’에서도 느껴져 반가웠다는 반응이다.
이 안에서 이민석이란 인물을 제 옷 입은 듯 소화한 서인국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10대로서 교복을 입고, 20대로서 수트를 입는 상반된 매력의 두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할아버지, 아버지 연령대의 배우부터 또래, 연상의 여인 등 다양한 인물과 호흡을 맞춤에 있어서도 어색함이 없었다는 평가다.
| ‘고교처세왕’ 이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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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 공방전’의 4차원 캐릭터 재연
‘메리대구 공방전’을 연상시키는 건 이하나 때문이다. 이하나가 맡은 정수영 역은 이민석이 위장 취업해 있고, 유진우(이수혁) 본부장이 몸 담고 있는 회사의 2년 계약직 사원. 본부장을 짝사랑하는 인물로 ‘내 인생은 왜 늘 모자라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술에 취해 실수를 연발하고, 트렌드를 모르는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는 성격이다.
수영을 연기하는 이하나의 모습은 5년 전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 현실 앞에 좌절하지 않았던 꿈 많던 ‘백조’의 모습과 닮았다. 그때와 비교해 ‘고교처세왕’의 정수영은 현실비관적인 인물이라 ‘통통’ 튀는 매력이 덜하지만 청년실업에 힘들어하던 20대의 표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치는 계약직 사원으로 연기에 임하는 이하나의 자세엔 진짐이 느껴진다. 드라마임에도 쉽사리 정을 주기 힘든 4차원 캐릭터를 소화함에 있어서 이하나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고교처세왕’을 즐기는 훌륭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고교처세왕’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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