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여진구.(사진=김정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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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비주얼에 흐뭇해하고, 목소리에 혼이 빠지고, 연기에 넋이 나가고, 나이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진구’라는 배우를 알아가며 이러한 4단계를 거친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검은 눈동자가 매력적이다. 굵고 낮은 톤은 독보적이다. 해맑음과 분노, 미소와 오열, 멍함과 긴장감을 넘나드는 연기의 스펙트럼도 넓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훤을 만났을 때가 15세, MBC 드라마 ‘보고싶다’의 정우를 보며 눈물을 떨궜을 때가 16세였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화이로 충격을 받은 지금, 여진구는 17세다. “여기서 더 늙으면 큰일이다”, “이러다 스무 살에 갓난 아이가 있는 애아빠 역할이 들어올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조숙한 비주얼’은 자신도 인정하는 듯 했다.
“어려서 좋은 것도 많거든요. 아직 잘 모르는 나이라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아직 더 클 때니까, 아직 시간이 더 있으니까, 연기가 조금 부족해도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시죠. 그래서 지금 이 나이 대의 저를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꾸미려고도 하지 않고, 더 빼려는 것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요.”
| 여진구.(사진=김정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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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생각했고, 사실 그렇기도 하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등 ‘아빠’들은 하나 같이 그를 칭찬했다. 드라마에서 여진구를 만난 이들도 같은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시청자와 관객이 여진구를 ‘예쁘게’ 보고 있다.
“사실 그래요. 어딜 가나 ‘칭찬 투성이’예요. 많은 작품을 앞으로 쭉 할 거고, 모든 노력을 하겠지만, 항상 칭찬만 받을 순 없잖아요. 좋지 않은 말씀을 해주셔도 정말 감사할 것 같거든요. 요즘은 오히려 그런 객관적인 눈이 필요해요. 부모님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늘 제가 한 것에 비해 과분한 칭찬을 받고 있어요. 이대로 들어도 괜찮을까요?”
‘채찍’이 필요하다는 여진구. 영화를 세 번이나 본 기억을 되짚어 지적할 부분을 떠올려봤지만 막상 생각나는 부분이 없었다. “관객이 좋다면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내 눈에는 성에 차질 않기 때문”이라며 숨겨둔 ‘욕심 본능’을 드러냈다.
“일단 ‘화이’는 청소년관람불가라 보질 못했어요. 중간에 편집하고 녹음 작업을 하면서 장면 장면으로는 봤는데, 정말 완성된 작품은 보여주지 않으시더라고요. 부모님이 영화를 보고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없었으면 넌 큰일 날 뻔했다. 좋은 경험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후반 작업 하면서 비슷한 걸 느꼈어요. 컷과 컷 사이의 감정이 연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화이의 성격과 다르게 제가 표현한 신도 있었던 것 같고요. 세심한 부분까지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게 그저 아쉬웠죠.”
|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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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는 영화 제목처럼 여진구가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괴물’ 같은 아버지가 다섯, 이들의 손에서 또 다른 괴물로 길러지던 중 새로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 화이가 복수의 칼을 뽑아들면서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는다. 오열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격정적인 신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여진구가 가장 아끼는 화이의 캐릭터는 ‘이중성’에 있다. 사격, 운전, 싸움 실력 모두 뛰어난 화이가 사랑엔 약하고, 정에 무너지는 유약한 내면을 가진 상반된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웠단다.
“화이도 사랑을 할 수 있는 남자아이였어요. 실제로 멜로가 부각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화이의 성격이라면 사랑하는 여자에게 못가가가는, 대인관계에 취약한 그런 일상이 반복됐겠죠. 그런 안타까운 면이 더 살아나길 바랐어요. 감독님과 그런 부분에 있어서 화이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여진구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찍으며 감독과 배우들, 스태프와 수많은 대화를 나눴듯 관객 역시 영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길 바랐다. 한 번봐선 모를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를 생각하고, 다시 보는 과정을 통해 퍼즐을 맞춰가길 바라고 있다.
“관객 수를 늘리려는 욕심이 아니라, 많이 볼 수록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예요. 석태(김윤석 분)의 독백이나, 아빠들이 주고 받는 대사 속에 영화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의 뿌리가 있거든요. 엔딩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슬플 수 있고 행복할 수도 있고요. 많은 부분이 관객들의 생각에 열려있는 영화예요. 더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