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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타자 성적에 양팀의 희비가 교차할 가능성이 크다. 포스트시즌은 분위기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한다. 장타 한 방에 팀 분위기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 4번 타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 둘의 맞대결엔 성적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다. 팀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 그것이다.
이호준과 홍성흔은 팀내 야수 중 최고참이다.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정신력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 역할도 필요하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4차전으로 되돌아가보자. 1-3으로 뒤지던 8회말 1사 1,2루. 두산 벤치는 홍성흔을 상대로 홍상삼에게 정면승부를 지시했다. 홍성흔은 홍상삼을 상대로 9구째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롯데는 이를 발판삼아 대타 황성용의 밀어내기 볼넷,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후 연장전 끝에 이겼다.
황성용의 인내와 전준우의 동점타도 값졌지만 그 출발점은 홍성흔의 볼넷이었다. SK 한 선수는 “홍성흔이 볼넷을 얻어냈을 때 나는 롯데가 이길 줄 알았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성흔이 안타를 치고 못치고를 떠나 그 제스쳐 하나만으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설명이었다. “마치 홈런을 친 듯 주먹을 불끈 쥔 홍성흔의 강렬한 모습에서 분위기가 롯데쪽으로 흘렀다. TV로 보는 나도 선수 입장에서 무언가 뜨거운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홍성흔은 이날 4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도 내야 땅볼 타구에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까지 했다. 결과는 세이프. 그는 땅을 치며 환호했다.
양 감독은 경기 후 “나이 40에 가까운 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더그아웃에 있는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워야하지 않나 싶다.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줬다”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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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도 팀내 최고참급에 속한다. 박재홍과 안치용 등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그에겐 4번 타자, 그리고 베테랑의 역할까지 떠 안게 됐다.
경험이 많다고 해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SK는 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만 위기가 찾아오면, 한 번쯤 팀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베테랑 이호준이 팀의 구심점이 돼줘야 한다.
이호준과 홍성흔, 두 선수 모두 양 팀에서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팀 분위기를 이끌 유일한 선수들이다. 팀을 웃게 만들 4번 타자는 과연 누가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