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5전3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뒤 3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거의'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단 한 팀만이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한 팀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였다. 현대는 창단 첫 해 였던 1996년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새로운 역사를 쓴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상대팀과 감독이다. 현대가 꺾은 팀은 역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된 쌍방울 레이더스였다. 그리고 그 팀의 감독은 김성근 현 SK 감독이었다.
당시 쌍방울은 '전설의 무적팀' 해태 타이거즈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꼽혔다.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벌떼 마운드는 물 샐 틈을 보이지 않았고, 김기태와 심성보가 중심에 서 있던 타선은 상대를 거세게 압박했다.
그러나 현대의 돌풍은 무서웠다.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였던 전력을 만회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현대 마운드엔 최창호 위재영 김홍집 정명원 정민태 등 기라성 같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쌍방울은 3차전 이후 3경기서 고작 3점을 뽑는데 그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그 해는 유독 심판 판정에 대한 의혹이 크게 불거져 기억에 깊게 남아있는 포스트시즌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서 현대를 상대한 김응룡 당시 해태 감독은 심판 판정에 크게 항의하며 보이콧 파문까지 일으킨 바 있다.
어찌됐건 당시 김성근 감독은 패장으로 기록 돼 있다. 개인적으로 첫 한국시리즈 도전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현대는 인천 연고팀이었으며 타선의 중심에 박재홍이 있었다. 이젠 연고지와 적수 모두 김성근 감독의 편으로 바뀌어 있다.
SK가 김 감독의 묵은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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